Do호
히치하이킹, 그리고 죽음의 사유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 키롱 India Spiti valley & Keylong, Season 1
버스가 없다고? 레 Leh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진짜로? 없다고? 뒤통수+1 내 머리가 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거 피곤한데.'. 레 Leh로 가는 버스가 없다는 말은 즉 다시 마날리 Manali로 돌아가야한다는 말이었다. 스피티 밸리로 들어오는 길이 장난 아니게 험난했기 때문에 다시 마날리 Manali로 돌아갔다가 또 버스를 타고 레 Leh로 올라간다는 건 정말로, 저-엉말로 고르고 싶지 않은 선택지였다. 엉덩이가 터져버려! 이동거리도 거리지만, 버스 시간이 또 각자 제멋대로라서 저렇게 이동하면 기다린다고 하루이틀 정도는 허비하게 될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인도에 와서는 이렇게 교통편으로 계속해서 골치가 아팠는데, 인도라는 나라 자체가 교통 인프라가 어이 없을 정도로 자기 맘대로 만들어져있기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이 곳에?-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 곰파 India Spiti valley Key gompa, Season 1
이 사진 기억하나? 진흙 먹으면서 트레킹을 하던 그 날 절벽에서 내려다봤던 풍경이다. 저 밑에 툭 튀어 올라온 곳. 그 곳이 우리가 향하는 곳이었다(도착하고 알았다^^...). 아니 멜라니 커플 아니면 진짜 어떻게 다녔나 몰라. 지금 생각하면 민폐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키 곰파(끼 곰파, Key gompa, Key monastery). 티벳의 승려들이 지내는 사원 중 하나로, 나중에 알고보니 스피티 밸리 안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나는 왜 다 나중에 알게되는걸까...😂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키 곰파는 4,166m 해발고도에 위치한 곳으로, 11세기에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무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장소라는 것. 다른 장소들도 특이하게 지형에 들어선 마을들..
영어, 그 빌어먹을 영어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베르 India Spiti valley Kibber, Season 1
키베르의 숙소 아침. 이 숙소에는 멜라니 커플과 어떤 백인여성(기억이 잘 안난다), 그리고 중년의 러시아 아저씨가 머물고 있었다. 4명의 여행자가 어쩌다보니 아침 식사 시간에 숙소 테라스에서 만나게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테이블이 한 개 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테이블에 두런두런 다 같이 보여서 김치를 외치던 브로콜리 머리 주인 아저씨가 차려준 아침식사를 했다. 날씨가 아주 쌀쌀하고 건조해서, 각자 따뜻하게 옷을 입고 따뜻한 짜이를 호호 불어가며 마셨다. 러시아 아저씨가 인도에서 다니며 라디오에서 들었던 한 노래가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만 5분 정도 했었던거 같다. 그 노래의 제목은 Chai, Chillum, Chapati. 의미를 직역해서 풀어보자면 차 한 잔, 담배, 그리고 짜파티(식사) 정도일..
죽음은 저 아래 150m에 있었다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치참 브릿지 India Spiti valley Chicham bridge, Season 1
그렇게 나는 아무도 없는 그 절벽 앞에서 구조물에 올라타는 용기를 내버리고 만다. 구조물에 앉은 뒤 줄을 조금씩 당겨 앞으로 끌고 나가는데 절벽이 조금씩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보이자 약간 무서웠지만 그래도 일단 힘을 줘서 당기기 시작했다. 구조물이 땅에서 조금 떨어져 공중에 뜨니 슬라이드처럼 와이어를 타고 쭉 미끄러져 내려갔다. 귀를 스치는 둔탁한 바람소리와 속도감, 와이어와 구조물이 마찰하며 나는 스무스한 소리가 기분 좋게 느껴졌는데 그 기분도 잠깐,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절벽 정 중앙 쯤 공중에서 구조물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조물이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데 이 때부터 살짝 오금이 저리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와 이거 무섭네... 얼른 건너가야겠다' 처음에 당길 때..
진흙 줏어 먹는 사람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베르 India Spiti valley Kibber , Season 1
그렇게 단까르 (단카르, Dhankar)에서 하룻 밤을 지냈다. 전 날에 미리 숙소 주인에게 스피티 밸리에서 나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두어서 그 시간까지 다시 마을 아래 도로까지 걸어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어디로 갈 지는 딱히 고려를 안해둔 상태였는데🤓, 단까르 마을에서 멜라니 커플을 길에서 만났을 때 잠깐 행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게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도 거기로 가려고 마음을 먹게 됐었다. 아마 지금 가면 스피티 밸리에 대한 정보가 조금 있어서 여행 다니기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내 기억으론 그 때 인도에 다녀온 후 스피티 밸리에 대해서 다시 찾아봤을 때(2011) 한국어로 된 관련 여행기가 구글에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게 아직도 기억 나다니! 도로 아래까지 내려가 그늘에서 ..
당신의 우주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단까르 India Spiti valley Dhankar, Season 1
그렇게 두 독일인을 따라 내린 도로 옆은 석회수가 후르는 강물과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 같은 곳이 있는 장소였다. '잘 내린게 맞는걸까...' 라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이며 혹시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멜라니는 본인들의 목적지는 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올 것이라고 일단 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바로 같이 따라 올라가기로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걸어올라가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와중 어디를 둘러봐도 대단했던 풍경들이었다. 입구만 봐도 박력이 굉장하지 않나? 이 마을의 이름은 단까르 (단카르, Dhankar). 내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직감으로 따라왔다가 머물게된 동네였다. 그러나 스피티 밸리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던! 절벽 위에 ..
영어의 온도(부제 : 멜라니에게)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단까르 India Spiti valley Dhankar, Season 1
음식에 맛을 더해주는건 MSG다.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주는건? 언어다. UN에서 공식언어로 지정된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이렇게 6 가지 언어인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전 세계에서 공용으로 배우는 영어를 선택하는게 베스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다들 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나? 한국의 공식 교육 과정을 마치고나서 영어를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나도 그 중에 하나다. 영어를 말하는 건 인도에 와서가 살면서 처음이었다. 인도도 한 때 영국의 지배를 받았었기 때문에 인도인들은 그 특유의 악센트로 영어를 구사한다(그러나 힌디어로 서로 대화한다.). 영어로 대화하는걸 그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
무계획, 무대책, 랜덤하차(부제 : ENTP)-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따보 India Spiti valley Tabo, Season 1
홀로 잠든 그 다음 날 아침. 따보의 날씨는 여전히 잔잔하고 평화로웠고, 건조했다. 평화+1 새로운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Serenity [ sərénəti ] ( 서레너티 ) 마음 속의 평정이나 날씨의 고요함을 이미지할 때 떠오르는 단어. 실제로 대화할 때 잘 쓰는 단어는 아니다. 그 날의 하늘과 내 마음이 잘 매치된다. 그 날 아침 어느 식당 같은 곳에 가서 스크램블에그를 주문해서 먹었던게 기억이 난다. 그 전 날에는 따보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숙소에서 바로 휴식했었기 때문에 마을을 좀 더 돌아다니다보니 기념품 같은 것을 파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는데 팔고 있던 반지를 만지다가 약간 힘을 주니 반지가 살짝 구부러져서 당황하는 순간... 그걸 보..
신들의 바둑판, 스피티 밸리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따보 India Spiti valley Tabo, Season 1
신들의 바둑판, 마날리에서 내가 어디로 갈 지 고민하며 론리플래닛을 보고 있을 때 꽂혔던 단어다. 신들의 바둑판이라는 의미는 스피티 밸리는 신들이 두는 바둑판만큼 광활하고, 땅 위의 산맥과 돌들이 그 바둑알처럼 거대하다는 것을 표현한다. 스피티 밸리로 가는 길은 정말로 험하고 애로사항이 많은 길이었지만 그 설명대로, 정말로 광활하고 드넓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마치 바둑판 위에 손님으로 들어온 느낌. 그야말로 엄청난 박력이었다. 마날리에서 스피티 밸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까자 Kaza 라는 마을로 가는 차가 필요했는데, 인도인들 사이에서 까자는 스피티 밸리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동네 자체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도로와 지형 상 휴게용 마을 같은 느낌? 마을을 대충 둘러보고 난 뒤의 결..
내가 멤버들 다시 짠다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까자 India Spiti valley Kaza, Season 1
동 트기 한참 전의 새벽, 그렇게 나와 러시아여행자는 숙소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열 번은 더 드리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래 드디어 이 광견들 사이를 가로질러가는 것도 끝이다...' 약속장소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장소에는 승용차 한 대만 주차되어 있었다.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맞는 장소인지 반신반의하면서 러시아애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짧은 영어로 대화가 잘 되질 않았다. 그래도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사이 다른 여행자 둘과 운전기사가 도착했다. 이스라엘인과 호주인 여행자들이었는데 서로 간략히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탑승했다. '고맙다... 너네들 덕분에 돈도 아끼고 결국 가는구나...' 행선지로 가는 길은 오프로드+절벽 길이었는데, 도로가 좁아 위험천만했고 엉덩이는 매 초마다 망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