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줏어 먹는 사람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베르 India Spiti valley Kibber , Season 1
왜 여행?(Why journey?)/Season 1 : 인도 India

진흙 줏어 먹는 사람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베르 India Spiti valley Kibber , Seas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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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까르 (단카르, Dhankar)에서 하룻 밤을 지냈다. 전 날에 미리 숙소 주인에게 스피티 밸리에서 나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두어서 그 시간까지 다시 마을 아래 도로까지 걸어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어디로 갈 지는 딱히 고려를 안해둔 상태였는데🤓, 단까르 마을에서 멜라니 커플을 길에서 만났을 때 잠깐 행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게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도 거기로 가려고 마음을 먹게 됐었다. 아마 지금 가면 스피티 밸리에 대한 정보가 조금 있어서 여행 다니기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내 기억으론 그 때 인도에 다녀온 후 스피티 밸리에 대해서 다시 찾아봤을 때(2011) 한국어로 된 관련 여행기가 구글에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게 아직도 기억 나다니!

 

도로 아래까지 내려가 그늘에서 잠시 쉬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바로 키베르 (끼베르, 키버, Kibber). 사실 내가 갔었던 이 마을의 이름을 최근에서야 글을 쓰면서 알게됐다. 당시엔 그냥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느낌으로 다녔었으니까. 이 마을의 이름을 찾고서는 글을 쓰기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지금 찾아보니 해발고도 4,270m에 위치해있다. 바다로부터 4.3키로나 위에 있다니 대단해.

 

키베르도 바로 전 날 알고 갔다 헤헤

 

체감 상 그래도 짧은 시간에 키베르에 도착했다(몸이 닭장차에 적응해버렸다).

'우와 또 새로운 마을이네 예상 안되는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네!'

라고 신나할 땐 꿈에도 몰랐다.

 

진짜로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날 지^^...

 

디스 이즈 키베르

 

키베르는 단카르보다는 상대적으로 평평한 산 언덕(?)에 있는 마을이었다. 박력있게 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편안함을 주는 분위기었는데, 당시 마을에 여행객을 받는 게스트하우스가 한 개였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주민들에게 물어 숙소로 바로 직행했던 기억이 난다. 야외에 테라스가 네모나게 있어서 느긋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얼굴은 술에 취한 듯 새빨갛고 머리털을 브로콜리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말투도 뭔가 엄청 웃겼는데 내가 한국인이란걸 알게되자 자기가 김치를 안다고 계속 "김취! 김취!"라고 외치던게 인상적인 중년의 배나온 아저씨였다.

'이런 곳에 이런 개그 캐릭터가?'

그 아저씨는 말을 할 때 중간중간 계속 방귀를 뀌었는데, 그 캐릭터가 너무 웃겨서 참느라 힘들었었다. 멜라니랑 했었던 대화와의 일부는 이랬다.

 

"저렇게 뿌르륵하면서 소리나는건 영어로 뭐라고해?"
"...저건 fart(방귀뀌다)라고 해"

 

이 곳에 있기엔 너무 아까운 캐릭터인걸.

 

하여튼 그렇게 짐을 풀고 나는 혼자 다시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을 자체는 크게 볼 것이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목적지 없는 나홀로 트레킹이 시작됐다.

 

키베르 주변 전경

 

 산 너머까지 이어진 길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크기의 산맥

 

누군가 기도하며 돌탑을 쌓아놓지 않았을까?

 

사진이 드넓은 느낌을 다 못 담는다

 

이 깊은 산에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 당시에 NGO나 국제협력기구, UN 활동들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진흙을 세밀하게 걸러 반죽해 소금을 쳐서 먹는 진흙쿠키를 먹기도 한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걸어다가 길바닥에서 우연히 아주 잘 마른 진흙들이 있었다. 

 

먹음직스러운가?

 

그 때 진짜 무슨 뽕 같은게 차올라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들의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서 저 중에서 제일 잘마른 것 같은 진흙조각을 선별해서 한 입 베어먹었다(왜 그랬니 과거의 나야...). 내가 미쳤지.

 

제발...

 

입 안에 스며드는 바싹 잘 마른 바삭바삭한 진흙덩이는 예상보다 잘 녹아서 입 구석구석 남들 다 아는 흙 맛을 남겼다.  살면서 누구나 흙 한 번 입에 들어가지 않나? 얼마 못 가서 퉤퉤하면서 뱉어낸건 당연히 바로 몇 초 뒤^^ 나중에 아프리카도 가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거기서 진짜를 먹었을텐데.

 

어쨌건 그렇게 건조한 공기로 깡깡 마른 코를 부여잡고 산맥을 걸어가다 멀리 낭떠러지 같은 곳에 Prayer flags가 보였다.

 

깃발들이 묶인 탑

 

나뭇대가 고고하게 서있다

 

마른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들. 경전이 쓰여있다

 

비현실적으로 작게 보이는 마을들

 

절벽 바로 아래. 이 땐 몰랐지 나중에 저 이상하게 솟아오른 곳에도 가게 될 줄.

 

여기서도 한참을 앉아 외딴 행성에 홀로 남겨진 기분을 마음 껏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서있는 모든 곳들의 사이즈가 정말 엄청나게 거대하니 내가 우주 속 먼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데, 우리가 하는 그 모든 고민들이 다 의미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티벳 승려들도 이 곳에서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며 오래도록 수행을 했겠지.

 

여긴 정말 거짓말처럼 존재하는 곳이구나.

지구를 내려다보며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고 나는 그 곳에서 떠났다. 

 

산 위 능선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저 먼 곳에 또 다른 마을이 눈에 보였다. 오 저런 곳에 또 마을이 있다니. 이 산행의 종착지를 그 마을로 정하고 길을 따라 걸어갔다(그러지 말았어여 했다).

 

저 마을을 발견하지 말았어야 해

 

걸어내려가니 저 멀리 이상한 구조물 같은게 세워져있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게 보였다.

'저기에 왜 모여있지?' 하고 가보니 그 곳엔 이런게 있었다.

 

이게 뭐야...?

 

거기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있는 키베르와 저 건너 보이는 마을 사이에는 절벽이 있어, 이동을 위해서 저 와이어 같은걸 이용해서 간다고 했다. 옆에 서서 지켜보니 절벽 사이 연결된 와이어에는 굵은 철사를 엮어 구멍이 숭숭 나있는 불안정해보이는 1인용 구조물 같은게 매달려 있었다.

 

구조물에 앉아있는 아낙네 1명과 건너편에서 도와주는 청년 2명

그러니까, 내가 이 트레킹의 마지막 목적지로 정했던 마을은 이 절벽을 건너가야만 도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모여있던 사람들도 서로서로 도와서 다 건너가고 난 후 혼자 남겨진 나.

 

'와 이런 곳에 이런게 있다니. 어떡하지 건너가봐야하나?'

 

절벽 높이가 엄청 높아서 만약 사고라도 나면 무조건 죽을 수 밖에 없는 높이였다. 잠깐 앉아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저 마을에 뭔가 대단한 모험 같은게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예상 못 한 인연이 생길지도?'
.
.
.
'그래! 뭐 여자도 건너는데 나도 갈 수 있지 이게 다 여행이고 추억이다!'

 

그래 다 여행이고 추억이지만,

 

건너편에 당겨주는 남자 2명이 있었단걸 나중에 나도 이 사진 보고 알았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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