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그 빌어먹을 영어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베르 India Spiti valley Kibber, Season 1
왜 여행?(Why journey?)/Season 1 : 인도 India

영어, 그 빌어먹을 영어 - 인도여행 스피티 밸리 키베르 India Spiti valley Kibber, Seas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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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베르의 숙소 아침. 이 숙소에는 멜라니 커플과 어떤 백인여성(기억이 잘 안난다), 그리고 중년의 러시아 아저씨가 머물고 있었다. 4명의 여행자가 어쩌다보니 아침 식사 시간에 숙소 테라스에서 만나게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테이블이 한 개 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테이블에 두런두런 다 같이 보여서 김치를 외치던 브로콜리 머리 주인 아저씨가 차려준 아침식사를 했다. 날씨가 아주 쌀쌀하고 건조해서, 각자 따뜻하게 옷을 입고 따뜻한 짜이를 호호 불어가며 마셨다.

 

러시아 아저씨가 인도에서 다니며 라디오에서 들었던 한 노래가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만 5분 정도 했었던거 같다. 

그 노래의 제목은 Chai, Chillum, Chapati. 의미를 직역해서 풀어보자면 차 한 잔, 담배, 그리고 짜파티(식사) 정도일텐데, 일종의 느긋함을 노래하는(?) 것 아닐까. 나는 지금 들어보니 좋은 줄은 잘 모르겠는데, 그 때 이 아저씨가 하도 좋다고 노래를 불러대서 아직도 기억이난다😅.

 

인터넷에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면 마초적인 느낌의 영상들이 많은데, 이 러시아 아저씨는 처음 봤을 때 아주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였다. 말하는 것도 참 좋아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아저씨가 거의 말하는 양상이 됐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걸 알게되고 난 후 갑자기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거다. 

 

그 아저씨가 하는 질문은 이거였다.

 

한국인들은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해야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무슨 소린고 하니, 오랜 기간 역사적으로 한국을 더 많이 침략했던 것은 중국이고, 또 가장 최근의 전쟁도 한국전쟁(6.25 전쟁)이며 그 전쟁과 관련된건 일본이 아니라 중국 아니냐는 것이었다.

 

근데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알기로는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이나 국가로서는 둘 다 좋아하지 않는걸...🧐

 

ㅋㅋㅋ서로 싫어한다

 

역사적인 문제는 제쳐두고서라도, 저 때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문제는 영어, 그 빌어먹을 영어였다. 이제 곧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기가 어떻게 달리기를 할 수 있겠는가. 내 심정이 딱 그랬다.

 

'더 배우기도 전에 정치, 역사에 관련된 토픽이라니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인걸.'

 

한중일 관계에 대한 역사 이야기라니,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할 지 앞이 깜깜했다. 이 때 당시에는 슬슬 내가 필요한 요구사항이나 아주 간단한 스몰 토크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 레벨은 그 때의 내 수준을 한참 넘어선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 러시아 아저씨의 대화법이 아주 골 때렸던게, 내가 한 문장을 때면 거기에 또 바로 반박을 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했다. 원래 다른 사람 말 다 안듣고 본인 주장 계속하는 사람들이 아주 피곤한 법인데(또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말로 해도 피곤한데 영어로 하려니 더 죽겠는거다. 이렇게 집요하게 파고들기야?

 

 

  • 얘는 이 아침에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는걸까ㅠㅠ
  • 역사에 대해서 내가 아주 잘 아는건 아닌데ㅜㅜ
  • 필요한 영어 단어들이 내 레벨을 넘어섰어ㅠㅜㅠㅜ

 

이 때도 그 때 단카르를 올라가며 멜라니와 대화를 나눴던 때처럼 머리가 아주 팽팽 돌아갔는데, 애석하게도 말을 아주 조리 있게 하지는 못 했던걸로 기억한다. 정확히 어떤 내용을 내가 이야기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는데, 실시간으로 내 머리가 포도당을 가져다가 에너지로 쓰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입 근육에도 쥐가 날 지경이었다(실제로 영어와 한국어를 쓰는 입근육은 다르다. 나중에 직접 느꼈다.).

 

정신집중...으읔

 

엄청나게 떠듬떠듬거리며 이야기를 했는데, 러시아 아저씨가 중간에 계속 그 논리가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웃으며 I don't understand~라며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결국에는 Okay를 하며 이해했다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

 

영어로 했던 내 최초의 논쟁 아니었을까? 찝찝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얼렁뚱땅 끝은 맺긴 했다. 이 때도 정말 멜라니에게 고마웠던게, 멜라니가 내가 이야기를 혼자서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었다. 대화 중간에 내가 영어를 너무 못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내가 영어를 너무 못 해서 말을 잘 못하겠네"

 

라고 했는데 멜라니가

 

"그래도 괜찮아. 이 주제는 너가 설명을 꼭 해줘야돼"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내 이야기에 대화를 끄덕여주고, 정리해주고, 바디랭귀지로 괜찮다고 계속 응원해주었던 것이다. 고마워 멜라니......😂 천사다 천사.

 

멜라니의 응원으로 나와 러시아 아저씨의 토픽이 무사히 끝나고, 러시아 아저씨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끼리 남게 된 이후에 이야기를 계속 했는데, 멜라니가 저 아저씨는 rude한거라고 했다. 같이 있던 백인 여자 친구도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나는 '원래 외국에서는 이런 느낌으로 대화를 많이하나?' 싶었기 때문에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아 원래 이런건 아니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정도 영어 수준으로는 안 되겠다.

 

부...족...ㅎ..ㅐ....

 

가 이 대화를 끝마치고 난 내 결론이었다. 멜라니에게 여러가지를 배우고 난 뒤에 바로바로 사용하며 금방 습득하고 나도 모르게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얼토당토않은 생각이었다. 열등감이 온 생각을 지배했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배워야 될 필요가 있구나.'

 

나중에서야, 이렇게 영어를 쓰기 위해 머리를 터질 것처럼 굴리는 상황들이 아무 생각없이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꼭 필요한 상황들이었다는걸 깨닫는다. 물론 그에 수반되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굉장하지만. 결국 한 언어를 체화하려면 내 모국어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 베스트다. 숨 넘어가게 답답한 그 상황들을 꼭 겪어야한다. 하나 꼭 필요한건 그냥 일단 머리로 들이받고 보는 용기다.

 

머리에 김 남.

 

굳이 꼭 공부가 아니어도 스트레스와 불안도 인생의 한 부분이란 것을 시간이 지나 깨닫는다. 필요한건 어떻게 관리해주고 받아들이냐의 차이일 뿐. 저런 해프닝들을 겪고, 나중에 비슷한 일들이 생길까봐 숨으려하고 피하면 안 된다. 앞으로 더 나가서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한다. 가끔씩은 쪽팔리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기도, 화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인생 뭐 있겠나. 

 

그리고 결국 저렇게 직설적이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람들은 언어 수준을 넘어서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상대해야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내 생각들을 정리하다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게 된다. 지금 같았으면 귀찮아서 웃으면서 스무쓰하게 다른 토픽으로 바로 넘어갔을지도?

 

이후 멜라니 커플과 대화를 하니 키버 Kibber 에서 걸어내려가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 있다는 모양. 나도 함께 따라나서기로 했다. 

 

나는 이 날 그렇게 혼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료한 뒤, 나만의 전리품을 챙겼다.

 

영어, 그 빌어먹을 영어...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다음 행선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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