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독일인을 따라 내린 도로 옆은 석회수가 후르는 강물과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 같은 곳이 있는 장소였다.
'잘 내린게 맞는걸까...'
라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이며 혹시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멜라니는 본인들의 목적지는 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올 것이라고 일단 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바로 같이 따라 올라가기로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걸어올라가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와중 어디를 둘러봐도 대단했던 풍경들이었다.
입구만 봐도 박력이 굉장하지 않나? 이 마을의 이름은 단까르 (단카르, Dhankar). 내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직감으로 따라왔다가 머물게된 동네였다. 그러나 스피티 밸리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던! 절벽 위에 지어진 단까르 곰파 (티벳 사원을 말한다.) 주변으로 형성된 마을인데 이렇게 절벽 비탈길에 만들어진 마을은 처음이라서 정말 너무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암괴석 같이 생긴 절벽들로 둘러쌓여 있었는데 그 풍경들이 무슨 만화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어쨌건 마을에는 도착했는데 숙소고 뭐고 정해진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숙소를 찾는게 급선무였다. 가방을 맨 채 마을을 둘러다니면서 알아보니 사원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모양. 나는 그 곳의 dorm에 가방을 풀게 되었고 멜라니의 그녀의 남자친구는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 2인실로 간다고 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헤어진 우리들.
내가 단까르에 갔을 때는 내 숙소에 머무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 마을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외국인은 나와 멜라니커플 이렇게가 다였는데, 당시 내가 진짜 사람들 안 다니는 곳으로 왔다는걸 실감했다. 그런데 풍경이 이렇게 박력 넘치는 곳인데 여행자들이 왜 없을까해서 이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2017년 정도부터는 조금 유명해져서 인도의 청년 내국인들과 약간의 외국인들이 여행하러 많이들 찾아온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가 2011년이었는데 그 때의 로컬 주민들이 굉장히 순수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내 모습을 신기해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싶기도 하다.
이 때쯤부터 해서 약소한 문제(?)가 점점 발생하기 했다. 지금 찾아보니 단까르의 해발고도는 3,894m였는데, 스피티밸리의 기후는 미치게 건조했다. 햇볕이 엄청나게 내리쬐는 중에 나는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다녀서 피부가 아주 까매지고 (지금은 안 바른걸 후회 중...) 아플 정도였는데 더 큰 문제는 이 건조함 때문에 코가 말라비틀어져 가는 것이었다. 너무 마르다보니 코를 조금 건드리면 코피가 흘러내릴 정도였다. 잠잘 때 머리맡에 물에 흠뻑 적신 손수건을 널어두고 잤는데 일어나니 손수건이 너무 바짝 말라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촉감이었던게 기억이 난다. 🤧
- 바삭바삭한 햇볕 내(로 고통받는 코)
- 바짝 마른 흙먼지 내
- 말라비틀어진 삭은 나무 향
들이 미묘했던 기억. 식사도 하고 숙소에서 휴식도 취하고도 시간이 남아 트레킹이나 해볼까? 하고 숙소를 나섰다.
저번에도 썼지만, 내 귀여운 컴팩트 카메라로는 이 풍경을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사진들도 굉장히 넓어보이지만 눈에 담긴 것에 비하면 정말로 새발의 피. 아쉬울 따름이다. 목적지 없이 트레킹하러 산을 타고 올라갔는데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풍경이 점점 더 미쳐 날뛰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단까르가 3,894m 해발고도니까 당시 내가 4,000m 넘게 올라갔던걸로 생각된다. 나중에 알게되지만 내가 고산병에 강한 타입이었던건 이 때부터 시작되었던걸지도...? 자연의 광대함 앞의 인간의 하찮음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부로 깨닫기 시작했다.
하찮음+1
그렇게 정처없이 그냥 산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호수.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호수가 뜬금으로 나타난다고?'
높은 산에 위치한 조그마한 호수였는데, 당시에 신기하네~하면서 주변을 한바퀴 돌았는데 알고보니 단까르 레이크 (Dhankar lake)라는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니 대충대충 느낌으로 여행다니지만 가야할 곳은 다 가는 나였네... 하늘의 구름이 투영되는 호수가 참 예뻤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 세상 혼자인 느낌이 다시 찾아왔다.
위의 깃발 같은 사진은 Prayer flags라고, 티벳 불교의 경전이 적혀있거나 컬러풀한 모습을 가진 천 조각들인데 축복을 기원하는 기도의 상징이라고 한다. 지금 내용을 찾아보면서 나도 새로 알게되는 정보들이 많은데, 위키피디아에 적혀있는 것 중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다.
The prayers of a flag become a permanent part of the universe as the images fade from exposure to the elements. Just as life moves on and is replaced by new life, Tibetans renew their hopes for the world by continually mounting new flags alongside the old. This act symbolizes a welcoming of life's changes and an acknowledgment that all beings are part of a greater ongoing cycle.
그러니까 이 Prayer flags가 외부 요소들에 노출되어 적혀있는 경전이나 컬러들이 희미해지는 것이 즉, 우주의 영구적인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 계속 나아가며 또 새로운 삶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티벳 사람들은 이 Prayer flags들을 다시 새로운 것들로 계속 바꿔가며 이 세상에 대한 희망이나 기원 같은 것들을 계속 새로이 한다.
이 아침에 이렇게 철학적이고 쿨한 내용을 알게 될 줄이야. 내가 이미 살아내왔던 시간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다시 발견해낸다. 특이할 것 없었던 2021년 10월 19일이 특별해지다니 감사한 기분.
산맥 위로 구름이 움직이며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드리웠는데, 가만히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땅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트레킹을 끝내고도 단카르 마을에 다시 내려와서도 시간이 남아 마을을 한 번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단까르에는 단까르 곰파가 있다. 티벳 승려들의 사원, 한국으로 따지면 불교의 절 같은 곳이다.
단까르 곰파를 구경하러 가니 문은 잠겨있었지만, 절벽에 위치한 사원의 모양새가 새삼 신기했다. 수 세기를 이 곳에 이어져온 사원이라니. 곰파 주변에는 Prayer flags가 강한 바람에 길게 나부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세상 끝에 누군가 남기고 간 표식 같았다.
단까르의 밤이 다시 고요히 찾아왔다. 전깃불도 없이 칠흑 같은 완전한 어둠 속 숙소 테라스에 서 다시 느낀 혼자 남겨진 기분. 그 동안도 느껴왔었지만, 스피티 밸리에서 느꼈던 것들은 외로움이나 고독 같은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격이었다. 드래곤볼의 시간과 정신의 방처럼 온전히 혼자서 수련하는 것만 같은 느낌. 종교인들의 명상과 수련들에 좀 더 가까웠다. 내 무지와 편협함을 깨닫는 것부터 '삶이란 무엇인가'같은 생각까지.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얽히고 역였다.
이 곳, 스피티 밸리의 척박한 땅을 개척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 같은 장소들. 지구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우리네와는 완연히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나 진짜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었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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