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첫 날을 보낸 뒤, 다음 날 눈을 뜨니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양 팔이 약간 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참을만하지, 하고 또 농장으로 갔지만, 이상하게 어제보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고, 속도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널널하게 하는 다른 애들이랑 비슷한 정도네’
그러고 다시 그 다음 날, 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오른 팔의 근육에 보통의 근육통과는 다른 통증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었기 때문에 역시나 출근은 했지만, 다시 또 어제보다는 더 느려진 작업속도였다. 큰 가지는 톱질을 해야해서 팔에 힘을 주고 앞 뒤로 움직여야 하는데, 힘을 크게 주지를 못 하겠는거다. 지금은 이게 뭔지 안다.
근육에 염증이 크게 생겼던 것이다.
당시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에 갑작스런 육체노동에 근육이 버티지 못 하고 파업해버린 것... 몸이 적응하려면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난 뒤 회복할 시간을 줘야되는데, 몸이 약하니 회복력도 적었을뿐더러 매일같이 일을 해야돼서 휴식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나 이 때 나는 단순히 근육통이 심하네... 정도로 치부하고 주말에 이틀 쉴 수 있으니 그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통증은 심해지고 점점 느려져간지 4일 째였을까? 드디어 주말이 다가왔다. 그러나 주말 이틀을 회복에 전념하며 내리 쉬었건만,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월요일에는 일을 할 때 다른 일꾼들보다 눈에 띄게 작업속도가 느려져 현장 관리자가 나를 주시하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끔씩 내게 와서 조금 더 빨리 해야된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 때부터 위기감이 점점 고조됐으나 오른팔이 내 마음과는 다르게 전혀 따라주질 못 했다.
'제발 하루만 비가 와서 쉬었으면...'
그럼 회복을 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다가 일한 지 7일 차였을까? 태양이 정수리에 작렬하는 아래 황무지에서 심각해진 근육 염증에 덩달아 에너지 소모는 점점 심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 힘들어 숨을 크게 쉬는데,
호흡을 멈출 수 가 없는 것이다
숨을 적당히 쉬어야하는데, 계속해서 빠르고 크게 숨이 쉬어지는게 멈춰지지않았다. 조절하려고 해도 기계가 내 머리의 통제권을 빼앗아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땅에 쓰러졌고, 내 주변을 둘러싼 샌달우드들은 날 내려깔아보며 비웃는 듯 했다.
결국 현장관리자가 다가와 나를 부촉해줘 바깥으로 나왔고, 그늘에서 앉아 열을 식힌 뒤 진정된 내게 그가 무표정하지만 심각하게 한 마디 건넸다.
-Do호, 아무래도 너는 다른 일을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아.
그 기분을 뭐라고 형언할 수 있을까?
존재가치나 나름의 쓸모에 대한 고민 따위의 것들은 추후에 느껴진 것이었다. 그 당시 내게 내리꽂힌 것은 비참함이었다.
코흘리개 애송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회 부적응아,
인내력 없는 풋내기.
수십가지 단어들의 무게에 나는 짓눌렸다.
카나나라 컨트리 클럽 리조트 Kununurra country club resort 일을 그만둔 건 단순히 내가 적응력이 떨어져서 그랬던건 아니었을까?
한국인 샌달우드 팜에서 내가 바란건 이게 아니라고 내치고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하게 만든건 내적인 변명 아니었을까?
이대로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 날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 그 질문들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 날 숙소에 돌아가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불꺼진 침대에 누워 온갖 생각을 다 했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안정적으로 살기나하지 나는 괜시리 리스크를 등에 이고 새로운 도전이랍시고 깝죽거리기나 할 줄 알았던건가?
여차하면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다시 한국인 샌달우드팜으로 가는 길도 있었다. 헝클어진 생각들이 갈무리되는데는 조금 걸렸지만, 결론은 내가 정하는 것.
Don’t work hard, work smart.
결국 만들어내면 내가 했던 결정들은 맞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나는 날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모두가 잠든 밤, 나는 벌떡 일어나 달빛이 나풀거리는 마당에 혼자 앉아 다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이 날까지의 경험으로, 나는 내 체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선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필수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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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이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Season 2 prologue
인도를 다녀왔다. 2011년 여름이었다. 나는 태양에 새까매진 채로 학교로 다시 복학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씩 턱이 빠져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주기가 길어졌다. 통증도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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