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집 앞 편의점에 간다고 노 메이크업에 츄리닝 차림으로 추레하게 나가면 전남친을 마주친다. 비내리는 날 하산할 때 앞으로 넘어질까봐 조심하다보면 뒤로 넘어진다. 앗 혹시 저 오빠가 나를? 이라고 생각하면 그 오빠는 나에게 그닥 관심이 없는 상태다.
장대비를 보고 그렇게 등줄기가 싸했다.😨
카나나라 Kununurra 는 사막지역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비가 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특히 카나나라 Kununurra에
우기 Rainy season 이 있을 줄은 전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당신도 그럴 것 같다고 말해줬음 좋겠다. 후...
날씨관련 정보가 궁금해서 오늘 카나나라 Kununurra 의 자료를 찾아봤다.
세상에, 이 글을 쓰는 오늘 2021년 12월 15일 카나나라 Kununurra의 날씨는 최고기은 43도가 체크되었다. 사막다운 날씨인데, 일기예보 상 토~수요일까진 비가 내릴 예정이다.
구글맵이나 검색해보면 한국어로는 '쿠넌어라'라고 나오는데, 내가 이 마을에 있을 때는 로컬 주민들 전부 kununurra를 '카나나라' 라는 발음으로 불렀다.
2012년의 카나나라 Kununurra. 일 년 내내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시간대는 전부 빨갛게 물들어 있다. 더워서 죽기 딱 좋은 곳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2012년 2월(Feb) 말 쯤부터 3월(Mar) 내내 회색으로 가득차있는 그래픽을 볼 수 있다. 매 해마다 비 내리는 시즌이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내가 갔을 때에 아주 잘 맞춰서 비가 내렸다^^. 귀신같이 일주일 차이로...
카나나라 Kununurra 가 있는 지역의 연 평균 강수량인데, 1~3월까지가 강우량이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카나나라 컨트리 클럽 리조트 Kununurra country club resort 를 퇴사하자마자 다음 날 봤던 장대비는, 우기 Rainy season 의 시작을 알리는 빗줄기였다는 뜻이다. 우기가 무슨 상관이냐고? 나도 우기가 뭔 상관~ 이랬지만, 숙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모은 뒤에 결론이 났다.
우기에는 일자리가 없다. 단 하나도.
그렇다. 화성에 버려져 버티고 결국 살아남는 이야기 영화 '마션'의 원작 소설 '마션'의 강렬한 도입부처럼, 나는 I'm pretty much Fckd 된 것이었다. 그게 내가 심사숙고해 다다른 결론이었다. F-c-k-d. 어째서 카나나라 kununurra 의 우기는, 내가 일자리를 새로 찾으려고 퇴사한 바로 다음 날부터 시작된 것일까? 비오던 날 인력거를 열심히 끌던 김첨지의 마지막 이야기처럼, 나는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을 어스무레하게 느꼈다.
비 내리는 양상이 말로만 듣던 스콜 Squall 이었는데, 뭐 이딴 비가 다 있나 싶은 정도였다.
'스콜은 동남아 쪽에서만 내리는거 아닌가?!'
바람이 스산하게 불다가 돌연 풍향이 바뀌는게 피부로 느껴지며 강풍으로 변한 뒤, 비가 벼락같이 쏟아내렸다. 하늘에서 그리스의 대장 신 제우스가 창을 무한히 던져내리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느꼈냐면 비를 맞으면 두꺼운 강한 물줄기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진짜로 천둥번개도 쳤는데 무서워 죽는줄. 그렇게 얼마간 쏟아내리다가 다시 해가 쨍하고 비쳐서 '설마 우기가 끝났나?' 라는 생각들면 거짓말처럼 다시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게 수십 수백 번 반복됐다. 카나나라 kununurra 에서 맞는 통수의 연속이라니.
비가 언제 그치게 될 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엔. 카나나라 kununurra 의 우기에는 농장 같은 곳들은 사람을 뽑지 않으며, 오히려 인력들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농사 짓는 분들도 비가 내리길 바라시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쉬고 구름이 걷히면 일을 하신다. 카나나라 kununurra 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숙소에 있던 농장에서 일하는 여행자들에게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상황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자기네들이 일하는 농장에서는 사람을 뽑을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 비가 계속 오니 그 친구들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나는 숙소에서 H형과 마당 테이블에 둘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일발역전의 기회로 느껴지기도 했다.
우기가 끝난 후, 분명히 사람을 많이 뽑는 성수기가 시작된다.
그게 내 추측이었다. 이 우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기다려 며칠이나 기다렸는데, 통장의 잔고는 슬슬 떨어져가고 있었다. 위험이 임박했고, 플랜 B를 실행해야 할 차례였다.
우기가 시작되었으니 직업이 없는 여행자들이 카나나라 kununurra 마을 내의 얼마되지도 않는 가게들에 닥치는대로 인사를 다니고 자소서를 넣고 있을게 뻔해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게 승산이 높을 것이었다. 열흘정도 숙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을까. 얼마간 카나나라 Kununurra 에 있으면서 파악한 것은, 여기 여행자들은 대부분 차가 없다. 대부분이 도보로 다녔다. 나는 가방에 자기소개서를 잔뜩 집어넣고 숙소를 나섰다.
우기가 시작 돼 농장 일 구하기는 100%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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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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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나라 Kununurra 마을 내 가게들엔 이미 경쟁자가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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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 비와 천둥번개로 장거리 도보이동은 극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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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여행자들의 행동 반경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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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두 개의 심장을 본 받은 내가 그 반경을 뚫고 걸어나갈 것이다 저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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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본 로컬 호주인은 감동 "omg 헤이 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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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저 아래에 쿠넌어라 Kununurra 라고 쓰여진 쪽이 숙소가 있던 곳이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행동반경은 카나나라 Kununurra 마을 지역 안 쪽일 것이었다. 비 내리는거보면 도저히 걸어다닐 엄두가 안 났을 정도니까. 나는 위 사진 지도에 표시된 곳에 사람들이 모여사는 소규모 군락이 형성되어있는 것을 보고, 저 곳까지 걸어나갔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설령 저 곳에서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저 먼거리까지 매일 걸어서 왕복해야만 했다.
슬리퍼를 신고 오전부터 걸어나갔는데 지금 지도로 확인해보니 거리는 대략 6km 정도? 정말 오랜 시간 걸었던걸로 기억되는데, 가는 길에 웅크리며 비를 맞고, 슬리퍼에 피부가 쓸리고, 비가 그치면 다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고, 무릎은 아파오지, 그 와중에 길가에는 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곳이 안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때 쯤, 어느 순간 길가에 하나둘씩 공장과 창고 같은 것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많지는 않았고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숫자였는데 보이는 족족 찾아들어가서 인사를 건넸다. 뒤돌아가면 말라죽을 일 밖에 없었으니 망설임도 없었다. 사람이 없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나왔는데, 그 중 한 곳이 벌목장인가 양봉장인가 그랬고,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며 벙찐 표정을 짓던 호주인 아저씨의 표정이 기억난다.
그렇게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자기소개서도 건넸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정말 안타깝지만 그 곳들도 우기가 끝나면 다시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했다. 식사도 거르고 오랜 시간 그렇게 다니니 몸에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처음 겪었었던 저혈당 증상이 여기서 또 나타난 것이었다. 이상을 느낀 나는 결국 쓰디쓴 패배감을 삼키며 숙소로 돌아왔다. 이 날 하루는 너무 오래 걸어다녀 지쳐서 숙소에서 넋 놓고 쉬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내 카나나라 Kununurra 의 장밋빛 미래는 산산조각이 난 모양이었다. H형에게 오늘 하루 돌아다닌 이야기를 하니, 감사하게도 내 근성에 대단하다는 말과 보고 배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속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어쩌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하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럴 때를 위해서 카나나라 kununurra를 선택한 것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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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Wander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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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홀리데이 워(Holiday war) 프롤로그-
그 해 여름이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Season 2 prologue
인도를 다녀왔다. 2011년 여름이었다. 나는 태양에 새까매진 채로 학교로 다시 복학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씩 턱이 빠져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주기가 길어졌다. 통증도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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