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걸려 쿠알라 룸푸르 Kuala lumpur 를 거쳐 퍼스 Perth 에 도착했다. 공항 바깥에는 햇볕이 짱짱하게 내리쬐고 있었는데 그 시간도 잠깐, 다시 환승해서 다윈 Darwin 에 도착했다. 다윈 Darwin 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카나나라 Kununurra 로 가기 위해서 공항 바깥으로 나왔는데, 순식간에 무더운 열기와 습기가 나를 덮쳤다.
australia darwin street - Google 검색
Mitchell Street, Darwin,... www.travelblo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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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더운 느낌인데.'
- 솜에 흠뻑 젖은 물 냄새
- 뜨거운 햇볕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내
정도의 향으로 기억된다. 다윈 Darwin 길거리 구경도 잠깐, 다시 곧바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카나나라 Kununurra 로 향하는 길에 올라섰다. 한국에서부터 쉴 틈 없이 이동하는 스케줄이었고, 밤을 꼬박 지새우며 이동하느라 잠도 잘 못 자는 상황이라 온 몸이 피곤함이 절어있었다. 그러나 버스에서도 잠은 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부터 고심하면서 정했던 목적지에 다와가기 때문이었을까?
버스는 곧 도심을 떠났고, 카나나라 Kununurra 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따라 창문 밖 풍경은 조금씩 황무지 같은 풍경으로 변해갔다. 가던 중에 눈에 유독 띄었던 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흙 구조물 같은 것이 넓은 땅 곳곳에 세워져 있던 것이었다.
'저건 대체 뭐지?'
의아하게 보였던 구조물들이 계속 눈에 띄자 자세히 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 것은 바로 '개미집'이었다.
호주 개미집 - Google 검색
서호주, 개미집이 많을까 사람집이 많을까? blog.kwonoch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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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저렇게 큰 흙 구조물이 흰개미집이었다니. 그 것도 한 개가 아니라 가는 길에 수백, 수천개는 봤던 것 같았는데! 호주의 땅이 마치 흰개미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호주의 땅은 곤충벌레들로 가득하다던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구나. 내 키보다도 높은 개미집들이 지평선까지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장면을 보니 저 땅에는 보호장구 없이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개미집 구경도 어느덧 몇 시간, 버스의 기사님이 카나나라 Kununurra 에 다와간다는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카나나라... 과연 어떤 마을일까. 내 생각이 맞았을까?'
그렇게 도착한 카나나라 Kununurra.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딱딱한 햇볕과 습한 무더위가 날 다시 한 번 덮쳤다. 가방을 둘러메고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게는 한국에서 미리 인쇄해 가져온 카나나라 Kununurra 의 종이지도가 있었다.
카나나라 Kununurra 의 첫 인상은 마치 '유령마을' 같았다.
진짜 농담 아니고 사람을 단 한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확실히 마을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은건 알겠는데, 어떻게 사람이 단 한명도 돌아다니지 않을 수 가 있지? 그 생각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 1시간이 될 때까지 점점 더 강해졌다. 그리고 기나긴 이동시간동안 기내식 말고는 식사를 하지 못 했는데, 그러면서 타이밍 좋게(?) 온 몸에 힘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숙소 이름은 알고 있는데 정작 숙소가 어디있는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도는 있지만 이정표가 될만한 것들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대체 어디에 서있는거지? 이렇게 황망할 수가.
'설마 내 생각이 잘못된걸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에 계속 노출되자 조금씩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며 불쾌지수가 절정에 다달아 있을 때 저 멀리서 나무그림이 크게 그려진 건물이 하나 보였다. 그 건물이 이 황량한 곳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저건 뭐지?'
저렇게 생긴 건물이었던 것이다. 구글맵에서 캡쳐해서 가져온 사진인데, 내가 갔을 당시에는 울타리들도 없었고, 앞에 길쭉하게 서있는 간판도 없이 덜렁 건물만 눈에 띄던 느낌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벽에 붙여져있던 판때기에 적혀있는게 kununurra kimberley croc lodge. 내가 찾던 숙소 중 하나였다!
'드디어 찾았다!'
더워서 말라죽을 것 같았던 때 그냥 행운처럼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오아시스였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앉아서 휴식하며 숙소에 대해서 알아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철창으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게 웬걸, 철창 문이 굳게 잠겨져 있었다. 힘도 줘보고, 사람 있냐고 소리도 질러보고, 다른 문이 있나 건물 주변도 샅샅이 돌아보고 살펴봤지만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보였다.
드디어 체력을 회복하고 물도 마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건만 하늘도 무심하지! Kimberley croc lodge 는 장사가 안 돼서 망한걸까? 나는 망연자실 한 채 다시 길을 나섰다. 이 카나나라 Kununurra 에 내리쬐는 것은 정말로 땡볕 그 자체였다. 이 곳은 자가용 차가 없으면 돌아다닐 수 없는 곳이지 않을까?
그리고 진짜 이상했던게 내가 발견했던 건물이 분명 kimberley crock backpackers (lodge) 건물이 맞았는데, 내가 가져온 지도에 표시된 곳과 주변 길 모습이 영 딴판이었다. 이건 분명 뭔가가 잘 못 됐음이 느껴졌다. 어째서 지도랑 내가 보는 길이 전혀 맞질 않는걸까? 내가 혹시 다른 마을에 내린건 아닐까?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질 않았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길을 떠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Kimberley croc' 단어가 어떻게 눈에 들어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또 찾았다!'
이번에는 제발 맞는 장소이길 수 십번 되뇌이며 다가간 건물은, 드디어 입구가 활짝 열려있었다!
드디어 내가 맞는 곳을 찾았던 것이었다. 리셉션을 열고 들어가니 날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이 서있었다. 에어컨도 틀어져있었다. 정말 숨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에어컨 바람을 씌니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리셉션의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누가 치지도 않았건만 혼자서 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는데, 내가 처음에 발견했던 그 건물도 숙소가 맞았는데 사실 운용하는 시설은 두 곳이고, 리셉션은 이 곳에 있어서 여기서 등록을하면 아까 그 곳에 들어갈 수 있는 키를 준다는 것이었다.
셀프 통수에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아까 그 곳이 여행자들이 머무는 일종의 돔 dorm 숙소였고, 지금 도착한 이 곳이 조금 더 시설이 좋은 숙소라는 듯 했다. 그렇게 설명을 듣는데, 원래 내가 알기로는 카나나라 Kununurra 에는 숙소가 두 곳 있었는데 다른 숙소 (Kununurra backpackers)는 이 곳에서 더 먼 곳에 있다고 했다. 내 체력은 이미 방전되었기 때문에 그 곳까지 무거운 짐을 이고 찾아간다는 것은 선택옵션에서 바로 삭제됐다.
'일단 이 곳에서 묵고 다시 정하든 하자'
알고보니 리셉션에 있던 직원이었던 사람의 이름은 리사 Lisa. 바로 이 숙소의 사장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 사장님과도 나중에 웃긴 일이 생기게 되는데 지금까지 내게는 정말 친절하고 잘 웃는 아주머니 사장님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리사에게 카나나라 Kununurra 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냐는 질문을 하니 활짝 웃으면서 다른 나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아주 많고, 또 그들이 여기 있는 농장들에서 많이 일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리사와의 대화는 내가 카나나라 Kununurra 에 한국에서부터 가져왔던 기대를 약간이나마 충족시켜주었다. 근데 숙소에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왜 내가 문열어달라고 소리쳐 불렀을 때 아무도 안나왔던걸까?
마을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내가 말하니 리사는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아마 나랑 우연찮게 마주치지 못 했던 것일거라고도 했다. 내 생각들이 전부 기우였다는 것일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리사와의 대화를 끝내고 나는 처음에 발견했던 그 숙소에 일단 일주일간 묵기로 했다. 리셉션에서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다시 나선 길. 어디로 가야할 지 알고 가는 길은 아까와는 달리 짧게 느껴졌다.
리사가 건네준 키로 철창문을 열고 들어간 롯지는 중앙의 'ㅁ'자 모양 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이 둘러진 아담한 숙소였다. 이 곳의 방들은 4인 1실들로, 숙소의 관리자 매리 Marry 가 다스리고 있는(?) 곳(무서운 아주머니였다)이었다.
깔끔하고 적당하게 생긴 방에 짐을 풀고 잠시 나와 마당에 앉아서 쉬고 있던 중, 누군가가 다른 방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호주에서, 그리고 카나나라에서 만난 첫 한국인이었다.
2021년 12월 오늘, 이 숙소에 대해서 찾아보니 아주 큰 일이 있었다. 내가 머물던 숙소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던 이탈리아인과 프랑스인이 마약을 소지하고 판매하던게 형사에게 현장적발됐다고 한다. 위의 숙소 사장님 리사와 6개월이 넘는 협력을 통해 마약거래 정황을 밝혀냈다고 하는데, 리사의 뜻으로 2019년 12월 카나나라의 여행자 숙소였던 kununurra kimberley croc lodge 는 서비스를 종료하고 숙소를 모텔로 바꾼 듯 하다. 이렇게 내가 오래도록 머물렀던 곳이 영영 기억에만 남게 되었으니 아쉬울 따름.
Kimberley backpackers charged over alleged drug dealing
A seven-hour drug bust at a Kununurra business has seen its manager arrested on drug charges.
www.kimberleyecho.com.au
-To be continued-
-블로그 소개(공지) & SNS-
-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Wander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www.google.com
-Season 2 홀리데이 워(Holiday war) 프롤로그-
그 해 여름이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Season 2 prologue
인도를 다녀왔다. 2011년 여름이었다. 나는 태양에 새까매진 채로 학교로 다시 복학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씩 턱이 빠져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주기가 길어졌다. 통증도 점점
dding-lif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