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 호주 카나나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kununurra working holiday, Season 2
왜 여행?(Why journey?)/Season 2 : 홀리데이 워 (Holiday war)

환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 호주 카나나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kununurra working holiday,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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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 한국에서부터 위기상황에 보험을 들어놓기 위해서 카나나라 Kununurra 를 선택해서 온 것이었다. 카나나라 Kununurra 에는 한국인 농장이 있다고 했으니까. 내 마음처럼 작아져가는 통장 잔고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한국인 농장을 한 번 찾아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카나나라 Kununurra 에는 샌달우드(Sandalwood)라는 나무를 키우는 농장들이 많았다. 이 샌달우드라는 것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향수나 오일과 관련된 결과가 많이나오는데, 이 나무가 향이 그렇게 좋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들었던 이야기로 '샌달우드는 샤넬 No.5에도 들어가는 원료야' 가 있었는데, 현재 향수를 좋아하는 내가 알기로는 샌달우드향이 들어가는 향수는 샤넬 No.5 가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많다. 오로지 향을 위해 재배되는 식물이랄까?

 

샌달우드를 검색하면 이런 느낌으로 나온다.

 

나무 자체에서 향이 나기 때문에 저렇게 나무 토막으로도 판매가 되는 듯. 나무나 잎을 태워서 향을 내는 것을 스머지 Smudge 라고 하는데, 세레모니나 명상 같은걸 할 때 많이들 사용하기도 한다. 궁금하다면 '스머지 스틱' 이라고 찾아보자.

 

카나나라 Kununurra 에 있는 한국인 농장의 관리자가 있다는 곳을 수소문해서 알아내고 찾아갔다. 당시도 우기가 시작된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기였던걸로 기억난다. 관리자를 만나 받은 안내로는 샌달우드가 심어져있는 농장에 가서 샌달우드 주변에 자라난 잡초들을 뽑아내는 일이라고 했다. 잡초가 약간 크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에 나는 '잡초가 커봤자 뭐 얼마나 크겠어'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관리자는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그 외에 나눴던 이야기로는 

 

  • 일이 많이 힘들어서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다.
  • 풀독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정도 였던 것 같은데, 샌달우드에 나쁜 벌레들이 붙어서 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샌달우드에 독초를 같이 심어둔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이 것을 래쉬 Rash 라고 불렀다. 이 것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당시에 나는 꽤 패기가 넘쳤던 것 같다.

 

혈기 & 패기

 

당시 시급이 20불 초반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불금은 2-300불 수준이었다.

 

'그 정도면 이틀만 일해도 금방 벌어낼 수 있는 금액이잖아?'

 

 라는 생각으로 나 같은 애들이 오는걸까😂?

 

당시에는 하루 일급에 비하면 선불금 정도야 시시하게 느껴져서 바로 지불했던 기억이 난다. 관리자에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이 없을 거고, 비가 안 오는 날에는 출근하게 될거에요"라는 마지막 안내와 함께 희망찬 발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지'

 

편-안

 

이미 선불금으로 금액을 지불한 상태. 일하기로 계약은 맺었지만 이대로 계속 비가 온다면 안 될 상황이었다. 그래도 딱 3일. 그 3일만 일하면 선불금을 넘는 금액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은 편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바로 다음 날 일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라췌!

 

그렇게 출근한 다음 날. 출근길까지는 어떻게 갔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도착한 현장에서 본 농장은 생각보다 컸고, 비가 내리지 않는 카나나라 Kununurra 는 습기 때문에 더 덥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이렇게 축축하고 후덥지근할 수가. 숙소에서는 안 이랬는데? 

 

 

sandalwood farm - Google 검색

70-yr-old farmer becomes... timesofindia.indiatimes.com...

www.google.com

 

위 링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샌달우드 농장은 샌달우드가 일렬로 줄지어 쭉 늘어서 있는 형태고 샌달우드는 푸릇푸릇한 잎이 달린 평범하게 생긴 나무였다.

 

현장에서 내게는 따로 안내를 해줬는데, 보통 세 명이서 한 조를 이루어서 일을 진행하는데 나는 처음으로 온 신입이니 가장 일 잘하는 남성 조로 들어가서 일을 하고, 일을 하다가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쉬겠다고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친절한 느낌에 감사했는데, 업무에 투입되어서 같이 일했던 남성 두 분께 어떻게 일을해야하는지를 듣고는 적잖이 충격에 빠졌다.

 

내가 샌달우드라고 생각했던게 잡초라는 것이었다😨.

 

샌달우드 잡초 vs 내가 상상한 잡초

 

"나무인데, 잡초라구요...?"
-네 우기라서 잡초가 많이 자라네요 ㅎㅎ
"이건 풀이 아니라 나무 아닌가요...?"
-종류가 다양해서 전부 잡초라고 불러요ㅎㅎ

 

과장 안 하고 내 키보다도 높은 식물들을 통틀어 잡초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에... 우기를 만난 잡초들은 정중앙에 샌달우드를 둔 채 주위로 모여 모두 일어나 신나게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게 첫 날이니 너무 힘들면 쉬겠다고 말을 하라는 것이었다.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같이 일을 하는데, 이 것들을 뽑으려고 하니 잘 뽑히지도 않고 겉모습만 나무가 아니라 뿌리도 나무(?)였다. 같은 조였던 남성 두 분은 체격 좋은 분들이었는데 두 분이서는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을 하는데 나는 이 어지러울 정도의 더운 날씨에 온 힘을 다해가며 잡초를 뽑으려고 하니 기력이 다 빨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제는 어지러워서 눈이 살짝 핑글핑글 도는 것 같기에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잠시만 쉬면 안 되겠냐고 하니 두 분이서 얼른 가서 쉬라고 해주셨다. 처음 온 사람 치고는 내가 오래 버틴거라고 이야기는 해주셨는데, 첫 날인건 둘 째치고 이렇게 힘든 곳에서 몇 달이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더 놀라웠다.

 

 

일사병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비슷한 이름의 열사병에 관해서는 해당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일사병(日射病), 열피로(熱疲勞, heat exhaustion), 열탈진(熱脫盡)[1][2]은 강한 햇빛에 오랫동안 노출될 시 생기며, 원인과 증상 자체가

ko.wikipedia.org

[몸으로 배웠다 일사병^^...]

 

일사병 같은게 아니었을까? 바깥으로 나와 그늘에서 앉아서 쉬면서 가만히 생각을 하는데, 이전의 카나나라 컨트리 클럽 리조트 Kununurra country club resort 하우스키핑 Housekeeping 일처럼 이렇게는 오래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나나라 컨트리 클럽 리조트 Kununurra country club resort 때는 사람 때문에 못 하겠다였으면, 이 곳은 육체적으로 힘에 부쳐서 못 하겠다는 느낌? 

 

'내가 이렇게 일할려고 호주에 왔나?'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싫다구

 

잠시 쉬다가 다시 일하고, 다시 어지러워서 또 쉬고, 그렇게 반복하며 하루가 끝났던 것 같다.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온 몸과 정신이 지쳐있고 무기력을 느꼈다. 그리고 관리자에게 말했다.

 

"저 일 그만둬야 될 것 같아요."

 

관리자가 나를 잠시 쳐다봤다.

 

-하루만 일하셨는데, 하루 일한 일당보다 선금으로 내신게 더 크신건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어요. 근데 힘들어서 더 못하겠어요."
-그럼 알겠습니다.

 

그렇게 끝난 대화. 내가 카나나라 Kununurra 에 내 보험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인 농장에서 버틴 날은 단 1일.

 

내 근성과 의지가 모자랐던 것이었을까? 하루만 일하고 그만둔다는 날 바라보던 관리자의 눈빛이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하루만 일하고 그만두었으니, 하기 전보다 되려 손해를 보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한심함과 함께 덤으로 가뜩이나 바닥을 향해가는 통장 잔고에 추진력만 더해준 꼴이 된 것이었다.  

 

난...쭈구리야...

 

이제 보험마저도 끝났다. 믿을 구석 하나 없이 혼자서 온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돼버렸다. 그렇게 또 지속되는 우기에 전전긍긍하며 또 며칠이 지났다.

 

내가 카나나라Kununurra에 온 것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내가 두 번이나 일을 관둔게 맞는 결정이었을까?

 

잘해왔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스산한 바람 속 내리는 빗소리를 안주 삼아 마당에서 하염없이 맥주만 마시는 시간들과 함께.

 

그러나 그 와중, 내가 카나나라 Kununurra 에 와서 해왔던 노력들에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욕 아닙니다

 

-To be continued-

 


 

-블로그 소개(공지) & SNS-

2021.11.07 - [Do호] - About me - 왜냐면

 

-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Wander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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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홀리데이 워(Holiday war) 프롤로그-

 

그 해 여름이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Season 2 prologue

인도를 다녀왔다. 2011년 여름이었다. 나는 태양에 새까매진 채로 학교로 다시 복학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씩 턱이 빠져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주기가 길어졌다. 통증도 점점

dding-lif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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