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 예쁘긴 했는데 이게 다라고?'
그 때의 오갈 곳 없는 심정이란...
그렇게 벙쪄서 열심히 둘러보며 몇 분을 있었을까. 문득 길 옆에 난 절벽 같은 곳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길이 있는걸 알게됐다. 발견한 이유도 어떤 로컬 주민이 거길 올라가고 있어서... 그 사람 아니었으면 그대로 영영 미아될 뻔🙄
직감형 인간의 촉이 떠올라 별로 높아보이지 않아보여 일단 그 사람이 타고가는 길을 따라 나도 걸어올라갔다.
'...?! 뭔가 느낌이... 오는데...?'
'여긴 또 지금까지의 풍경이랑 완전 다른 느낌인데...?'
세상에 마상에. 알고보니 내가 버스에서 내린 곳은 아래 석회수가 흐르는 강 옆 도로였고, 이 절벽같은 길 위에 평탄한 평지가 있어 그 곳에 뚜르뚝 Turtuk 마을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절벽 때문에 뚜르뚝 Turtuk 은 내가 존재했었던 이 아래의 길을 왕래하는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곳 같은 느낌을 풍겼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내가 이동해온 것 같은 느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영어로 질문을 하면 다들 대답을 잘 못하고 웃기만 해서 어떡하지 하다가, 바디랭귀지를 통해 뚜르뚝 turtuk 의 게스트하우스를 어찌저찌 찾아들어갔다.
뚜르뚝 Turtuk 의 게스트하우스는 지금까지의 여타 다른 게스트하우스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천장에 구멍도 나있고, 짓다 만 것 같은 날 것 느낌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은 그래도 영어를 조금 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뚜르뚝 turtuk 이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본인은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조금씩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곳이 당시 뚜르뚝 turtuk 의 유일한 게스트하우스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 게스트하우스는 거의 가정집에 가까운 분위기란 이야기. 아마 지금은 게스트하우스가 그래도 몇 개는 생겼을걸? 내가 갔었을 때는 워낙 개방 직후라서 방문하던 외국인들 수가 몇 없었다고 그랬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동네의 온갖 꼬맹이들이 들락날락했는데 유치원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애기들 넘모 귀여워...🥰
게하 주인의 아내 분께서는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의 여성이셨는데, 내가 게스트 하우스 중앙 거실에 앉아있으면 간간이 짜이 티를 내다주었다. 짜이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내 존재만으로도 애기들은 신나서 날뛰었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행복한 감정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이 곳은 뭔가 다른 곳들과는 달랐다. 다른 곳들은 그래도 외국인들에 어느 정도 익숙하기도 하고, 외부와 왕래가 잦은 곳이었는데 이 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롯이 그들만의 세상이던 곳에 내가 완전한 타인이자 손님으로 찾아오자, 나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뚜르뚝 turtuk 마을 곳곳에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냥 걸어가면서 돌아보면 살구나무에 살구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어서 하나 따서 밑에 흐르는 물에 씻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살구가 이렇게 많이 있는게 너무 당연해서 그냥 따먹지도 않는 느낌? 나도 지나가면서 몇 번 살구를 손수 따서 먹었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고 달콤한 과일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도 이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놔두는구나... 여긴 뭘까 대체. 기묘한 느낌이었다. 꿈을 꾸고 있는건가?
이 동네는 분명 절벽 위에 있었는데 하천도 흐르고 다리도 저렇게 멋들어지게 지어져있었다. 이렇게 다른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마을은 처음이었다. 여길 안 오면 어쩔 뻔 했담. 배도 고프고 했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추천 받은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신기하게도 같은 숙소에 한국인 남성 분이 한 명 계셨는데, 그 분은 본인이 사진작가라고 소개를 했던걸로 기억한다. 이 곳이 너무 좋아서 두 번째 왔다나 뭐래나. 그 분이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저 다리 건너 편인데, 식당이라는 곳의 문이 잠겨있었다. '오잉?' 했는데 잠깐 앞에서 서성이니 식당주인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손님이 찾아오면 어디선가 보고 있다가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식당 내부가 조금 허술해보이지만, 음식이 와 정말, 끝장나게 맛있었다. 솔직히 처음에 문이 열리고 내부를 봤을 때 조금 의심병이 돋았지만, 속에 양고기가 차있는 튀김만두를 먹었었는데 진짜 상술 하나 안부린 것 같은(?) 진실의 맛이었다. 양고기로 만든 튀김 만두도 처음인데 퀄리티가 이 정도로 좋다니. 게다가 음식도 엄청나게 깨끗해보였다. 아무래도 동네 주민들끼리 느낌 상 서로 다 아는 것처럼 보였는데, 외지인 대상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 상대로 하는 곳이라서 그 정도 퀄리티였겠지? 가족들에겐 재료를 아끼지 않으니까 말이다.
위의 사진을 보고 깨달았는데, 내가 뚜르뚝 turtuk 으로 올라왔던 절벽길은 샛길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찾기 어려웠던 것!
뚜르뚝 turtuk 에 흐르던 하천도 정말 맑았다. 위에 물 맑은거 보이나? 발을 담구고 잠깐 쉬었는데 시리도록 차고 투명했다. 더웠던 몸은 금방 식었다. 모든게 완벽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마을이 있을 수 있지?
날 볼 때마다 쑥쓰럽게 웃어주는 주민들, 순수함 그 자체인 것 같은 아이들, 척박한 땅에 다른 세상인 것처럼 자라있는 푸른 식물과 열매들, 저 아래 석회수 강과 대비대는 맑은 하천, 맛있는 음식, 안전한 땅, 날씨, 풍경, 바람, 온도, 향까지.
내가 올라왔던 절벽길에 이름을 붙인다면 천국의 계단이라고 해야지.
이후에도 계속 된 내 모든 여행을 통틀어 아직도 나는 이 곳 뚜르뚝 Turtuk 을 방문했던 온 세상의 마을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는다. 천국 같다는 말은 미사여구가 아니다. 당시에 뚜르뚝 Turtuk 에 있었을 때 말 그대로 '천국'에 오랜 시간 걸려 온갖 고생을 다하고 도착한 것 같은 마음이었다. 이 마을 안에는 악의가 전혀 없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외부의 손 때를 전혀 타지 않았었다. 승려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이런 감정을 만나게 되는군요. 뚜르뚝 Turtuk 에는 할만한게 하나도 없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뭔가를 하려고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내가 오로지 했던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동네 애기들이랑 놀아주고 이 곳의 무드와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이었다.
'아 이게 여행이구나.'
이 뒤의 여행들에서는 뚜르뚝 Turtuk 이라는 마을이 내게는 일종의 기준이 되었다. 대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아직도 나는 사람이 붐비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도 좋았던게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은 있었기 때문이다. 개방된 바로 다음 날 갔었다면 없어서 바로 돌아와야 했었을테니까. 숙소가 없었다면 하루종일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며칠 밤 잠 좀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었겠지.
단 하나 정말 아쉬운게 있다면, 뚜르뚝 Turtuk 이란 장소를 내 인생에서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뚜르뚝 Turtuk 정도의 경험과 무드를 안겨준 곳은 없었다. 단언컨대 2011년도 여행자들에게 지구의 베스트 중 하나였을 곳을 내가 순전히 우연으로 만날 수 있었던 곳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좋은 곳은 인터넷이나 여행책자에 소개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그렇다. 첫 여행이었던 인도여행에서 나는 그 것을 깨달았다. 뚜르뚝 Turtuk 은 지금 검색하면 그래도 조금 나오는데, 당시에 한국에 돌아와서 검색했을 때 단 한 건의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어느 곳을 가든 지역주민들에게 이 나라에서 가볼만한 곳 없냐고 왕왕 질문하게 되는 습관은 여기서 생겼다😀.
표현을 더 하고 싶지만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될 것 같아 줄여야겠다. 어떤 말로도 그 때의 뚜르뚝 Turtuk 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가더라도 이 때와 같지는 않겠지...
그렇게 항상 해프닝이 끊이지 않는 여행이었으니 이 곳에서만큼은 푹 쉬어여지... 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사건은 야심한 밤에 찾아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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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 [왜 여행?(Why journey?)] - 10년이 지나 되돌아본다. 여행이 무슨 의미냐 대체? -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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