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 의무 장교라고? - 인도여행 라다크 누브라 밸리 뚜르뚝 India Ladakh Nubra valley turtuk, Season 1
왜 여행?(Why journey?)/Season 1 : 인도 India

이스라엘 군 의무 장교라고? - 인도여행 라다크 누브라 밸리 뚜르뚝 India Ladakh Nubra valley turtuk, Season 1

728x90

먹은게 뭔가 잘 못 된건지,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부터 속이 이상하더니 그 때부터 밤이 새도록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구토를 한 것이다. 같은 방을 쓰던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 와중에 너무 힘들어서 소음을 줄이는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토하고 나면 눕고, 눕고 나면 토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온 몸에 기운이 없어서 누워있다가, 일단 일어나서 거실에 있는 게스트 회동 탁자(?) 같은 곳에 가서 힘 없이 앉아있었다.

 

바로 이 탁자다

 

가만히 앉아있었는지 얼마나 지났을까? 게스트하우스 안주인이 멀건 죽 같은걸 끓여다 내게 가져다 주었다. 

 

살려주..ㅓ...

 

알고보니 밤 동안 내가 화장실에서 우웩하는 소리가 다 울려퍼졌다나 뭐래나. 이렇게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일이야😭. 그래도 이렇게 죽을 끓여주는 안주인 분의 마음씨에 감동해서 고맙다고 거듭 말씀드렸다. 영어를 못 하는 안주인 분은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죽 맛은 기억은 잘 안나는데, 향신료와 풀 맛이 약간 나는 특이한 느낌이었다.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맛? 아직까지도 그런 느낌이 나는 죽을 먹은 적은 없는데 내가 혹시 라다크의 환자용 전통 죽 같은걸 먹은건가...?

 

그렇게 죽도 약간 먹고 (힘들어서 다 먹지는 못 했다) 또 가만히 앉아있는데, 이번에는 여러 방 중 하나에서 외국인 여성 둘이 걸어 나왔다. 몸에 문신과 코걸이 귀걸이 입걸이 등등 여러가지 악세서리들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도 내가 앉아있는 탁자에 앉아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그 친구들도 내가 밤 내도록 토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내 심정

 

후... 내가 밤 동안 숙소에 토하는 소리를 생중계를 했구나... 숙소 사람들 다 들은거네...😭

 

내가 거듭 밤에 시끄럽게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던 친구들이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안주인 분이 또 차를 내다주셨다. 안주인 분이 이렇게 손님들을 위해 뭔가를 계속 가져다주는 것이 참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렇게 같이 차를 한 잔 씩 하고는 두 친구들은 숙소를 나가고,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시간이 또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 다시 나와 거실 탁자에 앉아 있었다. 이 행복한 천국 같은 뚜르뚝 turtuk 에서 아파가지고 나갈 수가 없다니😭 너무 아쉬운 심정이었다. 당시 누브라 밸리 nubra valley 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딱 1주일 한정이었다. 스피티 밸리 spiti valley 에 들어갔을 때 처럼 이 곳도 출입에 허가가 필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무리를 할 수 없는 상태라서 일단은 쉬고 있었는데, 아까 오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들이 다시 돌아왔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앉아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차를 한 잔 끓여서 내게 가져다 주었다.

 

"이게 웬 차야?"
"우리가 직접 산에 들어가서 풀을 따왔어. 그걸로 만든 차야."
"산에서 직접 풀을 따왔다고?"

 

알고보니 이 친구들이 내가 밤 동안 구토를 했으니 뚜르뚝 turtuk 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속이 편안해지는 효능이 있는 약초를 따다가 와서 날 위해 차를 우려준 것이다. 예상치 못 한 선물에 큰 감동을 받은 나

 

감동이야

 

큰 감동 받았고 너무 고맙다고 거듭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이런 풀을 알고 야생에서 따왔냐고 물어봤는데, 이 두 친구들, 알고보니 이스라엘의 장교들이었다. 헉 장교라니! 당시에 나는 군대를 안 갔던 상태에서 이스라엘 여군들을 만나게 되어서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이스라엘의 장교들은 식물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돼?"
"아니, 그건 아닌데 내가 의무 장교거든. 의무 쪽은 야생 식물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

 

게다가 그 중의 한명이 이스라엘 의무 장교였기 때문에 야생의 식물에 대해 지식이 있었던 것이다. 이 풀의 이름은 히브릿어로 '시바'라고 했는데, 이스라엘 히브릿어라서 한국에 돌아와서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식물학 지식과 인간미 있는 친구를 만나네.'

 

야생 식물학을 배웠던 것도 일종의 서바이벌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군에서 가르쳐 준 것일텐데, 내가 실제로 이렇게 도움을 받고나니 이 이스라엘 여군들의 도움이 너무 쿨하고 멋지게 보였다. 뚜르뚝 turtuk 은 아주 외진 곳에 있어서 주변에 약국이나 병원 같은 시설을 찾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혹시나 안 좋은 몸 상태가 계속 되었다면 천국 같은 뚜르뚝 turtuk 을 포기하고 다시 레 leh 로 나가야 했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얘네들은 진짜 별 거 아닌 것처럼 풀을 따다가 차를 만들어줬거든. 이 때 든 생각이 대략

 

  • 나도 식물학을 배워야겠다
  • 더 나아가서 서바이벌 능력을 배워두는게 인생에 도움이 되겠다
  • 아는게 많으면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많구나

 

이 때의 경험으로 내게는 아직까지 서바이벌자연과학 지식들All the time best favorites, 내 최고의 관심사들 중 한켠을 차지한다. 별자리를 읽는 법, 방향을 파악하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매듭 짓는 법, 물을 만드는 법 등등. 직접 여행하면서 내가 체감하지 못 했다면 별달리 관심 없었을 영역들이다. 물론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안다던가,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이라던가, 언어를 깊이 알게된다던가하는 영역들도 포함된다. 호기심이 많아 여러 영역에 관심이 많은 난데, 10년이 지나 돌아봤을 때 내가 또 하나 알게된 것.

 

세상은 내가 아는만큼 선명해진다.

 

소위 말해 해상도가 높아진다고 표현하는 것도 괜찮겠다. 뚜르뚝 turtuk 에서 처음으로 느끼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평면적인 세상이 내가 아는게 많아질수록 입체적으로 보인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재밌고 즐겁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상태라는 것도 가끔씩 두근두근한다. 세상은 호기심유발인자들로 넘쳐난다. 

 

대공감하면서 본 유퀴즈

 

이런 기조는 학습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우리들은 관짝에 들어갈 때까지 공부하고 배워야한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 내가 아는 것만 알고 가기엔 너무 아쉽지 않나? 여기서 배운걸 실천하는 것이 최종적인 필수요건이고.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아쉬움과 후회를 남긴다. 주식을 공부했다면 주식을 해보고, 식물학을 배웠다면 직접 나가서 풀도 따서 먹어보고 해보자. 실패도 무형자산이고 밑거름이다.

 

저 때 저 친구들이 날 도와준게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그리고 이 때 경험을 나중에 어디서 내가 면접을 볼 때 이야기를 했었다. 면접관은 이런 이야기가 처음이라 정말 신선하다 그랬고. 이 경험도 뚜르뚝 turtuk 이 내게 선물해준 것이다. 천국의 땅 뚜르뚝 turtuk. 

 

이 날은 이렇게 숙소에서 하루종일 푹 쉬었고, 안주인 분의 죽과 이스라엘 친구들의 '시바' 차 덕분에 나는 다음날 멀끔히 회복됐다. 

 

이 다음은 꼬맹이들 특집이다. 귀엽겠지?

 

-To be continued-

 

 


 

-블로그 소개(공지) & SNS-

2021.11.07 - [Do호] - About me - 왜냐면

 

-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Wander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www.google.com

 

-이 여행 에세이의 Intro-

2021.09.28 - [왜 여행?(Why journey?)] - 10년이 지나 되돌아본다. 여행이 무슨 의미냐 대체? - Intro
 

10년이 지나 되돌아본다. 여행이 무슨 의미냐 대체? - Intro

https://www.google.com/maps/d/u/0/edit?mid=1-N1zPQauIsdUi0IcywF9Xt8rpiAKGnni&usp=sharing Walk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www.google.com [다녀왔던 곳] 내가 여기저기..

dding-life.tistory.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