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곰은 사람을 찢어...설국열차를 타고! - 북미 미국 알래스카 여행 The US Alaska Season 3
왜 여행?(Why journey?)/Season 3 : 북미 North America

알래스카 곰은 사람을 찢어...설국열차를 타고! - 북미 미국 알래스카 여행 The US Alaska Seas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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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는 알래스카 레일로드  Alaska railroad 회사가 운영하는 기차가 있다.

 

출처 : alaskarailroad.com

 

알래스카에서 가장 큰 두 도시인 앵커리지 Anchorage 와 페어뱅크스 Fairbanks 를 이어주는 루트를 운행하는데(앵커리지 아래로도 갈 수 있긴하다) 나는 당시 사전 정보 없이 기차를 탔고 결과는 눈물이 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기름기 쏙 빼고 이동만 하기 위한 기차서비스가 아니라 일종의 관광열차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 한국의 코레일이 운영하는 무궁화호 같은 기차를 예상했건만, 기차 속도를 기관사 마음대로 조절하는게 대반전이었고, 창문 바깥 풍경들이 '나 알래스카예요'라고 소리를 질러댔다(표현이 요상하지만). 창문의 모습은 시시각각 쉴 틈 없이 바뀌어 갔다.

 

 

Alaska Railroad | Alaskan Tours & Vacations | Train Packages

It’s more than land. It’s an opportunity to grow your business.

www.alaskarailroad.com

[Alaska Railroad 홈페이지]

 

중간에 동물들 무리가 나타나면 안내방송이 나오며 동물 구경 좀 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가는 길목 중간중간에도 뷰포인트 같은게 있어서 간간이 속도를 늦추는 양이었다. 그래도 알래스카에 왔으니 눈보라를 헤치고 달리는 '설국열차' 같은 느낌을 기대했건만, 내가 간 시기는 8월이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조금씩은 쌓여있었는데 8월임에도 그런 풍경을 보니 과연 알래스카. 생각보다 꽃들도 잘 피어 있었고 푸릇푸릇한 나무들도 많이 있었다. 아마 겨울에 가면 진짜 설국열차 느낌 날거다.

 

이런 느낌을 기대했지.

 

그리고 또 하나 눈길을 빼앗는건 기차의 생김새였는데, '칙칙폭폭' 소리를 낼 것 같이 생긴 노란 기차였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차랑 참 비슷하게 생겨 기차를 올라타며 '나 호그와트로 가게 될지도?'하는 망상 한 번 또 해볼 수 있었다.

 

출처 : alaskarailroad.com / 알래스카 기차
출처 : 6abc.com / 해리포터 기차

 

기차의 내부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창문이 넓어 바깥이 잘 보이게 되어 있고 고급 좌석에는 천장부터 아예 통 유리로 되어 있어 알래스카를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났다. 나는 저렴한 좌석을 사용했었는데, 한 번 더 가면 무조건 고급좌석 구매해야지.

 

기차 칸에는 식당 칸도 있었는데, 별 생각 없이 여기저기 기차 안을 돌아다니다 들어서니 그 칸이 식당 칸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웨이터 2명이 날 쳐다보며 말을 걸어서 좀 당황했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서 심심했던 듯. 배가 고파서 일단 앉긴 했는데 미국의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게 처음이라서 모든게 다 어렵게 느껴졌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일단 먹었는데 계산이나 팁이나 모든게 생소해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알래스카 레일로드를 너무 홍보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경험이 좋았다. 다시 가도 또 타야지.

 

공식 홍보영상

 

당시 이용했던 알래스카 레일로드 티켓인데, 보니까 데날리 Denali 까지 7시간 30분 걸린걸로 나온다. 이 긴 시간이 지루함없이 쑥 지나갔다. 원래 취하면 시간 개념이 없어지니까. 내가 알래스카 풍경에 취했었다.

 


 

데날리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기차에서 내렸는데 이게 웬걸.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 분들이었다. 알래스카는 아무래도 미국 내에서 말년에 휴양가는 곳 중의 하나로 유명한 장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데날리 역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잘 모르겠어서 잠시 어정대고 있으니 사람들은 마중 나온 안내인들을 따라 금방 여기저기로 사라졌다. 아무 계획 없이 이 곳에 찾아 온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단 말인가.

 

데날리 국립공원

 

이 곳에는 롯지 (lodge, 산장) 같은 것들도 여러 개 있었기 때문에, 일단 캠핑 사이트를 찾아가보고 캠핑이 불가능하면 어느 롯지를 가던 방 하나 쯤은 있겠지...하는 아주 기합 빠진 생각으로 나는 라일리 크릭 캠프그라운드(Riley creek campground)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Denali National Park Campground Information

Rates, operational dates, and important information for all Denali campgrounds

www.reservedenali.com

 

그리고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캠프 사이트는 5월부터 11월까지만 운영하며 요금을 받는다. 당시 나는 아주 시기적절하게 찾아갔던 것이었는데, 이게 삐끗했으면 그대로 야생에서 북극곰에 노출된 채 노숙했을 뻔. 겨울이면 산장 예약이 가득 차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 그러나 리뷰 후기를 찾아보니 겨울에는 운영을 안하지만 그냥 가서 캠핑을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근데 알래스카의 겨울에 캠핑을 한다는건......음. 겪고 싶지 않다.

 

라일리 크릭에 도착해 현장에서 어찌저찌 캠핑이 가능하다고 해서 스팟에 가서 텐트를 설치했다. 앵커리지에서 처음으로 연습도 해보고 잠도 자본 뒤라서 다행히 별 탈 없이 설치를 할 수 있었는데 안해봤으면 도와줄 사람 없었던 이 곳에서 하루종일 헤매고 있을 뻔 했다. 

 

이 장소의 무시무시한 점은 곰 조심해라는 안내 표지가 여기저기에 붙어있었고, 실제로 조심해야되기 때문이다. '곰이 야영지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있나? 그럼 내려오면 잡아먹히는건가?' 하는 불안이 생겼지만 별 수 있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텐트를 활짝 열고 날 바라보는 곰을 발견하면 양해를 구하고 전력질주를 할 각오부터 다져야지. 캠프장 주변에는 쓰레기통도 있었는데 가끔 곰이 내려와서 그 곳을 뒤적거리는지 냄새를 맡고 올 수 있으니 잘 잠궈달라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있었다. 

 

니들 다 같이 조심하자 진짜

 

데날리에 도착하고 휘적거리며 텐트를 다 치고 정리했을 때 쯤에는 해가 질 때가 다 되었다. 첫 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아침에 일어나 내 목이 곰 뱃속에 있는지 몸에 붙어있는지 확인한 후 구경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텐트는 그대로 둔 뒤 가볍게 몸만 나왔다. 

 

출처: NPS / 오른 쪽 위가 내가 캠핑했던 라일리 크릭

 

거듭 말하듯 나는 이 곳에 아무 계획도 예약도 없이 왔었다. 그래서 다시 터덜터덜 길을 따라 가다 데날리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Denali national park visitor center)가 보여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여차저차 이야기를 해서 버스를 타고 데날리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리고 현장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는걸 알게 됐는데, 아래는 관련정보가 있는 웹페이지다. 스케쥴도 확인할 수 있다.

 

 

Transit Information | Denali National Park & Preserve AK | ReserveDenali.com

 

www.reservedenali.com

 

데날리 국립공원의 Transit bus는 무료로 운영된다. 개인 차량으로도 들어갈 수는 있는거롤 알고 있는데, 거리와 기간 등이 제한되어있는걸로 알고 있다. 나는 뚜벅이었기 때문에 무료 버스가 있다는 것에 큰 감사를 표할 따름. 

 

버스가 출발하며 운전기사님의 안내멘트가 이어졌는데, 중간중간에 데날리 국립공원에 대한 역사나 재밌는 이야기를 설명하고 볼거리가 있을 때는 또 속도를 늦추며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줬다. 관광객들도 그럴 때마다 사진 찍기 바빴는데, 무료 셔틀버스라고는 생각도 못 할 경험이었다. 그 분위기에는 기사님의 쾌활한 목소리와 소소한 조크들이 큰 역할을 했는데, 알래스카 레일로드 기차에 이어서 버스도 이런 식으로 여행객들을 도와주니 알래스카 거주민들이 모두 한 몸이 되어 관광산업에 온 힘을 쏟는구나 싶었다. 

 

데날리 산은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 높이가 무려 6,168m. 원래는 이름이 맥킨리 산 Mt.McKinley 이었는데, 오바마 정부 때 알래스카의 원주민들을 위해 2016년에 옛날 로컬 원주민들이 불렀던 그 이름 데날리로 재명명했다고 한다. 내가 갔을 당시에는 그 이름이 맥킨리 산이었다는 말인데, 당시에도 알래스카 로컬주민들은 전부 데날리 산이라고 불렀다. 

 

출처 : NPS / 데날리 산

 

현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며 마주한 데날리 산의 위압감은 그야말로 압도적. 데날리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니지만, 땅에서부터 쌩으로 높이를 쟀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땅 자체가 해발고도 몇 천 미터에 위치해있는 다른 산들에 비해 데날리는 해발고도 300m부터 등산이다. 그러니까 산 자체만으로 엄청나게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산이란 말인데, 실제로 봤을 때는 거리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즈가 비정상적으로 커보여서 감각이 왜곡된 것 같았다. 사진도 그 사이즈를 다 담지 못 한다.

 

버스기사 분의 안내 멘트에 따르면, 데날리산은 주로 구름에 쌓여있고 그 높이만큼 기상변화가 변덕스럽기 그지 없어 봉우리가 들어나 그 모습을 온전히 보는 날보다 못 보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 붙이길,

 

"오늘은 봉우리가 다 드러났군요. 여러분들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 말 듣고 다들 신나서 박수 쳐버리기.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데날리 산에 가까워졌는데, 그 과정에서 갈색곰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원래 야생동물은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무색하게 갈색곰들이 많이 걸어다녔는데, 얘네들이 소위 말하는 불곰이나 그리즐리 grizzly 베어 로 불리는 애들이었다. 

 

항상 보이는건 새끼곰들 2마리였는데 저-엉말 너무너무 귀여웠다. 걷는것도 뒤뚱거리면서 걷고 자기들끼리 장난치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넘모넘모 귀여운 것.

 

귀여워

 

그리고 시선을 조금만 뒤로 옮기면 어미곰이 거기 있었다.

 

 

내 새끼 건들면 니들 다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이었는데 발걸음 하나하나에 무게감 장난없음. 아마 새끼곰들이랑 같이 다니는걸 보면 암컷 곰들이었지 싶은데 수컷 곰은 저 것보다 크단 말인가...? 어미곰이 성큼성큼 걸어가면 아기곰들은 장난을 치면서도 엎치락뒤치락 앞뒤로 어미곰을 따라갔는데, 그 귀여움에 속아 다가가면 여러분들은 아주 큰일 날 것. 특히 새끼와 같이 있는 어미곰들의 흉포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찢길 수 있으니 진짜로 주의하세요

 

한 어미곰은 도로 옆까지 와서 식물을 캐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안내멘트에 따르면 불곰들은 잡식성이라 먹을게 없으면 식물 뿌리도 캐어서 먹는다고 한다. 찾아보니 배 채우는데 육식이 70%, 채식이 30% 정도라는데 그것 참 신기한 사실. 데날리 국립공원에서 봤던 대부분의 곰들은 새끼곰 두 마리와 함께 다녔다. 곰들의 세계에서도 하나는 적고 셋은 많나보다.

 

노란 꽃들과 초록잔디들로 가득 찬 넓은 땅 위 그렇게 곰가족들이 장난치며 설렁설렁 걸어다니는걸 볼 수 있으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어딜가나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내는걸 보면 흐뭇한게 참.

 

몇 시간 뒤 버스는 아일슨 센터 Eielson visitor center 에 도착했다. 아일슨 센터에서 하차한 이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서 다 내렸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느 정도 눈치가 있으면 누구든 여기서 내리게 될 것.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한 쪽에서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레인저 Ranger 가 다급하게 소리지르는 모습이었다.

 

-To be continued-

 


 

아프리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사진자료가 들어있던 메모리카드를 도난당했습니다. 호주 및 북미,남미 대륙의 여러 경험을 사진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 해 많이 아쉽습니다. 남아공의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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