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단 하루만에 완벽히 시차적응을 완료했기 때문에, 알래스카 Alaska 로 가는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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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항공편의 만족도는 높았다. 모든게 평균 이상을 웃도는 느낌?
미국은 총 50개의 주로 이루어져있는데, 마지막으로 편입된 곳이 하와이이고 바로 그 전이 이 곳, 알래스카다. 1800년대 후반기 쯤에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약 2조 원)에 매입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사태로 서로 분위기가 냉랭해진걸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일이? 라는 생각이 든다. 저 때 당시만해도 미국의 주적은 영국이었기 때문에 서로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
그리고 위의 알래스카 지도를 보면 왼 쪽에 러시아 방향으로 베링 해에 섬들이 쭉 이어져 있는게 보여지는데 이 곳을 이름하야 알류샨 열도 Aleutian Islands 라고 한다. 알류샨이란 단어는 내 눈에 띄자마자 2022년 이번 해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 어워드 1위를 수상했다. 발음하기 이렇게 어려울 일이라니.
날짜 변경선이 오락가락 지그재그로 그어진 이유 중 하나가 얘네들이다. 미국의 최서단에 위치해있어서 변경선에서 예외 기준으로 두고 있기 때문. 하와이와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도의 섬들 왼쪽 끝을 보면 애투 섬 Attu island가 보이는데, 이 곳에서 2차 세계 대전 때 미국과 일본의 지상전이 벌어졌었다고 한다. 미국 영토 내에서 벌어졌던 유일한 지상전이라고 하는데 이런 역사적인 사실이 아주, 아주 아주 재밌게 느껴진다. 역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역사보단 이렇게 특이하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사실들이 최고야!
뭔가 고대 신비의 힘이 잠들어 있는 장소 같이 느껴지지 않나? 애투 섬에는 전쟁을 기리는 구조물이 위 사진처럼 세워져있는데, 현재는 무인도라고 한다.
그리고 알래스카는 미국의 주 중에서 가장 큰 주이기도 하다. 나는 당시 여행할 때와 지금까지도 알래스카의 주도가 앵커리지 Anchorage 인줄로만 알았다(나만 그랬나?). 지금 찾아보니 주노 Juneau 라고 하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 알래스카의 주도라고 한다.
게다가 한 주의 주도인 주제에 차량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배타고 들어가야 한다🤨. 아마 처음에 주노를 주도로 정하자고 한 사람들은 어드벤처나 뛰어난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겠지...?
앵커리지는 알래스카의 도시 중에서 최대 도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곳을 중심으로 항공편이 움직이는걸 볼 수 있었다. 알래스카 인구의 대략 절반 정도가 이 곳 앵커리지 anchorage 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앵커리지에 도착한 내 첫 감상은
여기 사일런트 힐 배경도시인가...?
였다. 사일런트 힐이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는데,
포스터만 봐도 무슨 영화인지 감이 오듯 공포호러영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일런트 힐이라는 마을에 영문을 알 수 없는 힘으로 갇히게 되는데, 마치 그 마을 같았다(괴물이 나오는 곳이다ㅜㅜ). 날씨는 흐리멍텅해서 축 처져있었고 길거리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전에 호주 카나나라 Kununurra에 갔었을 땐 햇빛이라도 창창하게 내리비추고 있었지, 이 곳은... 뭔가 무섭고 으스스했다😱.
'여기 뭐야... 이상해...ㅜㅜ'
앵커리지는 그래도 알래스카에서 제일 큰 도시라해서 활발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라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얼른 예약해뒀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숙소는 운영 중이었고 분위기도 밝았다. 숙소 내부에 뒤편으로 잔디가 깔린 넓직한 마당이 있었다. 나는 그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로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숙소 내부에 저렴하게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할 수 있는 곳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호주에서 떠나올 때 콜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텐트를 하나 구매했었다. 20~30달러짜리 저렴하고 작은 소아 2-3인용 텐트였었는데 여행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즉흥적으로 사서 계속 들고다녔었고(이 땐 몰랐다 이걸로 여행 끝까지 사용하게 될 줄은...!), 침낭은 한국에서부터 하나 들고온게 있었다. 그 때 텐트를 사놓고는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었는데, 숙소 내부에 마당도 있는 김에 연습 삼아 텐트를 쳐보려고 꺼냈다. 근데 한 번도 캠핑을 가본 적이 없어서 이걸 도무지 어떻게 쳐야하는지 모르겠는거다. 그렇게 혼자서 20여분을 고민하고 낑낑대던 차에, 숙소 직원이 날 지켜보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도와줄까?
얼마나 반갑게 들리던지 0.1초만에 "응 도와줄래?" 라고 대답하고서는 그 친구한테 텐트를 어떻게 치는지 처음으로 배웠다. 그 친절이 고마워서 지금 구글맵에 리뷰를 써주려고 했는데 보니까 이 숙소는 망하고 없어졌더라. RIP... 그래도 너무 고마웠어😲
그렇게 텐트를 치는 예비 연습을 해놓은 뒤 배가고파 거리로 나갔는데 거리는 여전히 음산했다. 걷다가 길에서 발견한 슈퍼마켓에 들어가 둘러보는데 미국은 뭔 식재료가 하나같이 거대한지... 오븐에 구운 치킨 한 마리가 거의 사람 머리통만했는데, 그걸 하나 집어들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 때 머물던 숙소의 주방은 지하 1층에 있었는데,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혼자 앉아 치킨을 먹고 있는데 웬 백인 남자가 한 명 처~언천히 내려오더니 나한테 "Hi!"하고는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 치킨 먹고 있구나? 정말 맛있겠다.
"응. 여기 치킨은 엄청 크네"
그렇게 스몰토크로 시작하더니 내 자리 앞에 슬쩍 앉았다.
-여행온거야? 재밌겠다. 알래스카는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야.
"그치. 근데 사람이 왜 이렇게 없는거야 길거리에?"
-지금 시간이 애매해서 그래... 근데 너 치킨 맛있게 생겼다. 진짜 진짜로..."
"그러니까 말이야. 너도 여행 온거야?"
-응, 나도 여행 온거야. 치킨 맛은 어때?
대충 저런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얘가 대화를 하긴 하는데 시선은 치킨에 꽂혀있으면서 치킨이 맛있겠다는 말을 눈치 보면서(이게 좀 웃긴 포인트였다) 계속 했다.
-그러니깐... 치킨이 진짜 크데
"응 뭐 너 치킨 좀 먹을래? 좀 줄까?
치킨 좀 먹겠냐는 말에 표정이 눈이 땡그래지며 엄청 환해져서 '웃긴데 특이한 친구네' 이러고 치킨을 조금 뜯어서 나눠줬다.
-오...! 고마워...정말...정말로 고마워...진짜로...😭
근데 얘가 진짜 무슨 추노의 대길이처럼 치킨을 먹었다. 양손으로 치킨을 골룸이 반지 지키듯 감싸고는 엄청 음미하면서 먹는거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고 고개를 저으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너무 맛있다고 연신 말했다(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얘는 치킨 성애자인가...?' 같은 생각이 들 때 쯤 곧 내 눈을 의심하게되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아까 내 텐트치는걸 도와줬던 숙소직원이 막대 빗자루를 들고 내려오더니만 빗자루로 치킨 먹고 있던 애를 후드러패기 시작한 것이다.
-넌 또 왜 들어왔어? 빨리나가. 꺼져!
그리곤 치킨 얻어먹던 애는 주섬주섬 일어나서 눈치를 보더니 날 보고 "고마워!" 하고는 나갔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쟤도 여기 손님 아냐?"
- 아니 쟤 노숙자야😤.
저렇게 가끔씩 들어와서 음식을 구걸하고 나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쟤가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같은 숙소 손님인줄 알았지😂. 불쌍한 친구 같으니라고. 그래도 그 친구에게 나눠준 치킨을 빼고서도 너무 커서 다 먹지 못 해 결국 남기게 됐다. 미국에서는 헬스하면서 득근하기 좋은 환경이겠는걸?
내가 북미대륙을 여행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가고 싶었던 지역이 딱 5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 알래스카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라가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나는 별 생각 없이 '알래스카 가면 오로라 볼 수 있겠지~룰루랄라' 하면서 알래스카에 도착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갔던 시기는 여름이라 오로라를 볼 수 없는 시기라고 해서 엄청 좌절했었다😭.
알래스카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기는 8월 말부터 4월까지이며, 내가 갔던 때는 8월 초였다. 이 때는 백야(白夜) 현상이 있을 때였으며 백야는 5월에서 8월 중순 정도에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너무너무 아쉬웠다. 오로라만 볼 수 있다면 헬기를 타고 어디 깊은 곳에 들어가 혼자서 오롯이 오로라를 관찰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로망 중에 하나가 있다면,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겨울 밤, 산장에서 난로를 지핀 후 장작이 불에 타는 소리를 들으며 좋아하는 신 맛이 섞인 과일향 나는 커피를 한 잔 만든 뒤 흔들의자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흔들리는 영롱한 오로라를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 때 실패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 한 로망 중 하나인 것...
그 날 밤은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텐트에서 잠들었다. 그러다 눈을 떴는데 날이 밝아 자연스레 아침이겠거니...했는데 새벽 3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야 현상이었다. 새벽 3시에 대낮 같이 밝은 것은 참으로 기이했다. 신기해서 숙소를 나가 길거리에 나섰는데 그 큰 대로는 고요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건물들과 차량들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지구가 멸망하고 세상에 혼자 남으면 이런 기분일까.
스웨덴의 어느 작은 마을의 백야 시즌에 열리는 축제에 참석하며 일어나는 이야기인 공포영화 '미드소마'의 티저를 보자마자 받은 인상에서 알래스카를 떠올렸던 것은 저 새벽 3시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먼 곳 이국의 땅 알래스카에서 인류가 멸망하고 나 혼자 덩그러니 살아남게 돼 생존을 위한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해본 뒤, 나는 다시 텐트로 돌아갔다.
햇빛을 쬐는 것은 우울감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럼 러시아의 표현처럼, 이 '하얀 밤'이 영원히 지속되는 곳에서 살면 우울증 발생율은 낮아질까? 밤과 달이 존재하는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말하지 못 하겠다. 해의 자리를 달이 대신한 시간이 주는 영감과 무드는 중독성을 지녔다는걸 아니까. 그리고 어느 때 쯤에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라는 말을 해야될 때도 분명 있을거니까.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이 없듯, 쓸모 없는 시간도 없다. 한 낮에도 보이지 않는 문을 활짝 열어 밤의 세계로 건너가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가 종종 밤을 갈구하는 것은 그 이유가 분명 있는 것이다.
텐트에서 자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 치고는, 그리고 준비를 대충대충 했던 것 치고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러다보면 또 다 적응하는 법이겠지. 하얀 밤 속 생각이 끝난 뒤 다음 목적지는 데날리 Denali 였다.
아프리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사진자료가 들어있던 메모리카드를 도난당했습니다. 호주 및 북미,남미 대륙의 여러 경험을 사진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 해 많이 아쉽습니다. 남아공의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블로그 소개(공지) & SNS-
-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The wandering Earth - Google 내 지도
Where is Atlantis?
www.google.com
- Season 3 북미(North America)의 시작부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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