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산과 바다와 황홀함(+브리즈번) - 호주 워킹홀리데이 여행 Australia working holiday, Season 2
왜 여행?(Why journey?)/Season 2 : 홀리데이 워 (Holiday war)

시드니의 산과 바다와 황홀함(+브리즈번) - 호주 워킹홀리데이 여행 Australia working holiday,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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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즈 Cairns 에서 3대 지옥을 겪고 난 뒤 이동한 곳은 브리즈번 Brisbane 이었다.

브리즈번의 위치

 

브리즈번은 호주 동부에 위치한 도시였는데, 지금 기억해보자면 무색무향무미의 도시였다. 지금 같았으면 여기저기 커피를 마시러 들렀을 것 같을텐데 당시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울 따름. 햇볕은 따사로웠고 평화로운 무드를 지닌 곳이었다. 그리고 한적하다. 미친듯이 한적하다.

 

브리즈번에서 이틀을 보낸 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이 바로 호주에서 제일 유명한 도시 시드니 Sydney 이다.

 

당시 썼던 티켓

 

호주의 시드니는 한국에 어떻게 알려져서 유명해졌을까? 내 생각엔 호주의 수도로 아주 잘 알려져있는 것 같다. 근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도 호주의 수도는 바로 캔버라 Canberra 다. 사실 지금도 쓰면서 '호주의 수도는 애들레이드 Adelaide 짛ㅎㅎㅎ' 라고 하면서 검색해보니 캔버라로 나왔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캔버라가 왜 수도가 됐는고하니, 다른 도시들이 수도가 되기 위해 싸우다가 그럼 제 3의 도시를 아예 새로 짓자고해서 캔버라가 계획된 수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드니 위치

 

호주의 수도란 오명(?)을 쓰고 있는 시드니에서 겪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2가지가 있다. 그 중 첫번째는 내가 묶었던 숙소 도미토리에서 천을 침대에 걸고 찐하게 사랑을 나누던(...) 커플이다. 아마도 그 때까지 나는 순수한 동심을 지니고 있었으랴 짐작해본다. 왜냐면 그건 나에게 엄청난 문화충격이었으니까. 애석하게도 지금은 딱히 충격적이지 않다. 나는 조금 썩어버린게 아닐까...

 

내 동심...

 

두번째 인상 깊었던 것을 경험하기 전, 햇볕 좋던 시드니의 한 낮 나는 도시 근처에 있는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이름하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Blue Mountain National Park

 

이라는 곳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접근하기가 어렵지 않고 뷰도 나름 괜찮으며 간단하게 트레킹하기 좋다고해서 목적지로 정했다. 길거리를 다녀보면 블루마운틴 관광 투어 같은 상품들도 간간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블루마운틴은 굳이 가이드까지 대동해서 가야할만큼 어려운 곳은 결코 아니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봤던 시드니의 외곽 풍경에는 호주만의 서정적인 무드가 녹아있었다. 직접 찾아가볼 수 있다면 그래 보자(가는 법은 검색해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오니 생략).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블루마운틴에 도착하면 조그맣고 알록달록한 마을이 반겨준다. 약간만 걸어올라가니 블루마운틴의 전경이 펼쳐졌다. 

 

출처: timeout.com

 

협곡 사이가 숲으로 뒤덮여 울창한 모양새였는데, 전망대에 올라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잎사귀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왜 블루마운틴이란 이름을 가졌는가 알아보니, 유칼립투스 나무는 물이나 오일 등 여러가지 물질을 뿜어내는데 그 것 때문에 날씨에 따라 협곡이 푸르스름하게 보여진다고 한다(그래서 불에도 잘 탄다고 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저 숲이 곧 유칼립투스 숲이라는 의미. 내가 갔을 때는 날씨가 아주 화창하고 밝았어서 딱히 푸른 느낌은 못 느꼈다.

 

가만히 서서 너른 협곡을 바라보길 30여분, 그 자리를 떠나 협곡으로 내려갔다. 블루마운틴에서는 숲을 거닐며 간단하게 트레킹도 즐길 수 있는데 숲에 이르자 피톤치드 향이 날 반겼다. 걸어들어가니 나무는 생각보다 높고 하늘을 가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구간이 꽤 있었다. 해리포터에서 디멘터에게 쫒길 때 빛나는 사슴이 등장했던 그 어두운 숲이 떠올랐는데 나도 모르게 익스펙토 페트로눔이라고 외칠 뻔. 나무의 높이 때문에 원시 시대에 들어온 것 같아 신비롭기까지도 했다. 

 


 

 BGM을 틀어주세요

 

시드니는 항구도시다. 바로 그 항구에 시드니에서 아주 유명한 랜드마크가 모여있다. 바로 하버브릿지(Harbour bridge)오페라하우스(Opera house)이다.

 

이렇게 한 곳에 다 모여있다.

 

경험 상, 이 장소는 낮이 아니라 밤에 가야만 한다. 시드니의 가장 인상깊었던 것 2번째이자 내 황홀했던 기억이 그 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는 별 것 없었다. 가까이가보니 생각보다 하얗지도 않고 때만 타있었다. 하버브릿지도 별 것 없었다. 그냥 일반적인 다리와 다를 바 없다. 한강에 있는 다리들이나 하버브릿지나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여기서 내가 전혀 몰랐던게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앞길은 2단으로 나뉘어져있고, 아래 바다쪽 길에는 야밤의 길거리 재즈 음악가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 거리는 음식점들로 이어진 거리였는데, 길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맥주까지 팔아주고 있었다.

 

그 날은 보름달이 휘영청 올라있었다. 왼쪽에는 하버브릿지가, 오른쪽에는 오페라하우스가, 하늘과 바다에는 달이 하나씩 떠있었다. 바다 위로 퍼지는 사람들의 기분좋은 웃음소리와 오페라 하우스의 노오란 조명이 사뭇 잘 어울렸다. 바닷내와 재즈음악이 뒤섞여 서로 이 곳이 바로 시드니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나는 맥주를 한 잔 사들고 길거리에 기대어 2시간을 내리 가만히 서있었다. 

 

인도에서 자연 앞에서 부질없음과 죽음 따위를 느꼈다. 공포에 가까운 감정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수하게 황홀하다고 느낀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어째서 황홀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자연스럽게 황홀했다. 달도 완벽했다. 맥주도 완벽했고, 온도와 습도도 완벽했다. 음악도 완벽했다. 난 이 순간만을 위해서 살아왔던게 아닐까? 잊혀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이 많을수록 '삶'으로 가득 차있는 삶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시드니 시장님과 호주 대통령님. 그리고 하버드브릿지 건축사와 오페라하우스에 조명을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한 누군가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정중앙 위치에 정해놓은 것처럼 떠있던 달에게도 감사해. 그 길거리를 가득 채워준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시간에, 그 장소를 가기로 결정했던 날 칭찬한다. 똑같은 조건으로 가도 아마 그 날의 황홀함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란걸 안다. 그러기에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황홀함으로 마무리된 내 시드니의 여행이자 모든 여행의 시작은, 앞으로의 기나긴 시간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오늘과 같은 날을 위해 끝까지 걸어나가라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 날의 사진은 없다. 내 마음 속에 오롯이 담겨져있다.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최대한 비슷한걸 찾아봤지만 그 어떤 사진에도 그 날의 무드가 담기질 않았다. 그러니 이 날은 그저 이렇게 글로만 남기려 한다. 

 

내 호주의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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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웃기는 일도 있었다.

 

호주에 두 번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가길 잘했다. 저 모든 일들을 겪길 잘했다. 저런 일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현재 상태보다 조금 더 구린 사람이었을 것 같다. 10년이 지나 호주의 일들을 또 되새기며 새삼 앞으로도 지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치지 말고, 계속 배우자고. 모자란게 너무나도 많고, 재밌고 흥미로운 것은 끊이질 않는구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Do호야.

 

 [ Season 2 : 홀리데이 워 Holiday war ]

- 끝 -

 


 

-블로그 소개(공지) &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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