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온 내가...개조련사(도그 워커)...?- 호주 카나나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kununurra working holiday, Season 2
왜 여행?(Why journey?)/Season 2 : 홀리데이 워 (Holiday war)

사막에 온 내가...개조련사(도그 워커)...?- 호주 카나나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kununurra working holiday,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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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숙소에 대만인들이 꽤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5명이 넘게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랑 같이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곳에 찾아가서 물놀이도 같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서 영어를 진짜진짜 지~인짜 못 하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약간 차분하고 수줍음 많이 타던 친구라서 영어를 말 하는데 더 어려움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당시 그 숙소에서 제일 영어를 못 하던 친구였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일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라 숙소에서 많이 쉬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힘들어하던 모습을 보니 나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게 당연지사. 서양권 친구들은 이 친구가 말을 워낙 못 하니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고, 이 친구는 주로 대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영어로 대화가 잘 안통하니 사람들이 인내하지 못 하고 다들 다른 곳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어 세계공용어 기원

 

숙소는 마당을 ㅁ자로 두고 둘러진 구조였기 때문에 가끔씩 마당 테이블에 이 친구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 때마다 나도 가끔씩 이 친구랑 대화를 나눴다. 이 친구도 멀리 대만에서 이 곳까지 날아와서 이 것 저 것 해보고 싶은게 많을텐데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이 친구랑 이야기하면 얘가 습관처럼 하던 말이 "미안해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였는데 그걸 들을 때마다 내가 울화가 치미는 느낌😠이었다.

 

영어 못 하는게 뭐 대수인가 싶고, 다른 사람들이 얘를 대하는걸 보면 얘가 왜 이런 말을 계속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말 못하는 서러움이 어떤지 과거에 겪어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 친구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얘가 위축된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그럴 필요 없으니 그냥 천천히 말하면 된다고 계속 얘기를 해줬다. 계속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이 친구도 훨씬 편한 모습으로 나와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렇게 가끔씩 웃으면서 대화를 나눈 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두 달 정도가 지났던가? 이 친구가 대만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 기억 상으로는 호주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친구가 정말 착하고 순한 친구였기 때문에 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아쉽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얘가 갑자기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런 말을 했다.

 

-Do호, 사실 할 말이 있어
"할 말이? 뭔데?"
-너한테 내 일을 넘겨주고 싶어
"일? 무슨 일?"

 

-사실 내가 개를 산책시켜주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이 친구가 하는 말은 내가 머물던 숙소의 사장님인 Lisa네 가족이 키우는 개를 매일 산책시켜주며 숙소비용을 할인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건 또 무슨 일인데😲?!"

뭐라꼬?

 

써니(Sunny)라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있는데 얘가 먹는걸 너무 좋아하고 움직이는걸 싫어해서 비만이 생겼는데(마치 핫도그 같은 모습으로) 그 것 때문에 Lisa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매일 30분 씩 써니를 산책을 시켜주면 대신 10불 씩 숙소비를 깎아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1주일을 하면 1주에 70불을 할인해준다는 것.

 

이 친구는 그 동안 내가 본인 이야기를 들어주고 잘해줬던게 너무 고마워서 나한테 그 일을 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나는 얘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줄도 전혀 몰랐고 그냥 산책만 30분을 하면 된다는게 생소한 일로 들렸기 때문이다. 나도 강아지들을 좋아하는데 같이 산책만 하면 된다고...? 어쨌건 그 말을 들은 나도 예상치 못 했던 제안에 너무 고맙기도 하고, 이런걸 바라고 이 친구랑 이야기를 나눴던건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뻘쭘하기도 했고. 그래도 내 대답은 당연히

 

Thank you mate!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이 대만인 친구를 떠나보내고 정해진 시간에 숙소 리셉션에 항상 있는 Lisa를 찾아갔다.

 

"리사~ 내가 산책하게 됐다는 이야기 들었어?"

 

처음에 숙소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숙소 구석에서 항상 엎드려 있는 커다란 핫도그처럼 생긴 래브라도 리트리버 써니를 이 때 처음 봤다. 왜 못 봤냐면 얘는 자기 몸이 무거워서 주로 엎드려 있었으니까^^... Lisa 아줌마는 항상 쾌활하고 밝았는데, 그 대만인 친구가 날 소개해준걸 보니 날 엄청 좋아했나보다~라고 하며 믿을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렇게 써니와의 동행이 시작됐는데, 써니는 살면서 내가 봤던 개 중에 제일 살이 쪄있던 개였다. 저대로 놔두면 성인병 같은게 무조건 오겠다 싶을 정도로.

 

'개인데 몸이 이렇게 동그래질 수 있구나...?"

 

써니랑 비슷하게 생겼다

 

보통 30분의 산책시간은 개들에겐 짧게 느껴질텐데, 써니는 15분 정도가 지나면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벌써 힘들어했다.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햇볕이 뜨겁긴 했는데, 강아지들은 땅이랑 더 가까우니까 더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리셉션으로 돌아오면(거의 써니를 끌다시피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써니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몸을 내던지듯 철푸덕 주저 앉고 숨을 몰아쉬면 Lisa는 그걸 보며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이게 또 매 번 웃겼다🤭). 

 

산책 첫 날에는 갑자기 써니가 다리를 절어서 당황했는데, Lisa에게 물어보니 땅에 황무지에서 날아온 식물 씨앗/가시 같은 것들이 발바닥에 박혀서 그러니 그럴 때마다 직접 뽑아주면 된다고 했다. 과연, 그 다음 날 다리를 절 때 들어보니 발바닥에 앙증맞은 가시 같은 것이 박혀있었다. 30분 산책하는 매일 5번 정도는 뽑아줬던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 이 가시에 대한 온갖 쌍욕들이 영어로 인터넷에 난무하는 중... 😵

 

Devil thorns(악마 가시)라고 불리는 듯

 

이 써니가 정말 너무 귀엽고 말도 잘 들었는데, 좀 어떻게 해야겠다 싶었던건 써니 몸에서 나는 냄새가 정말 고약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누린내 같은게 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용연향이나 사향 냄새로구나... 향수 원료로구나... 같은 생각이지만 그 때는 써니를 매일 씻겨주고 싶어 참기 힘들었다. 그래도 써니는 귀여우니까 봐줬다!

 

나중에는 내가 리셉션 문 열고 들어가며 "써니!" 하고 외치면 엎드려 있던 써니가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가서 군인처럼 대기하고 있었던게 기억이 난다. Lisa는 또 그걸 보며 너무 좋아하고 있고ㅋㅋ 우리 써니 살 빠진다면서.

 

나도 써니를 데리고 마을 이 곳 저 곳을 노니면서 산책할 수 있으니 만족도가 120%였는데, Lisa도 써니가 나를 잘 따르는걸 보니 좋아하면서 조심스럽게 하나를 더 요구했다. Lisa네가 기르던 개는 사실 써니만 있었던건 아닌데, 그 옆에는 아주 앙증맞게 귀엽게 생겼던 치와와도 한 마리 있었다. 애석하게도 요 녀석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Lisa가 혹시 요 치와와도 함께 산책을 다니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다. 나야 한 마리나 두 마리나 비슷하겠거니 해서 별 생각없이 오케이했고.

 

이 치와와는 에너지 넘치는 비글 같이는 강아지였는데 써니가 걷고 있으면 그 옆을 난장판으로 뛰어다니며 호기심으로 날뛰던(ㅋㅋ) 귀여운 애였다. 그렇게 뛰어다니니 강아지 두 마리 목줄이 계속 꼬여서 걸어가기가 약간 힘들었지만 그래도 뭐 이정도야~ 하는 생각이었다.

 

치와와

 

그렇게 매일같이 쉬지 않고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며 동네를 여기저기 쏘다니니 동네주민들이 날 알아보기 시작했다. '저 강아지들은... Lisa네 강아지들 아녀?(쑥덕쑥덕)'. 뭐 그러다가 이제 Lisa가 다시 한 번 날 보면서 묘한 표정을 짓더니 하는 말이

 

-Do호! 넌 정말 훌륭한 Dog 트레이너야!
"에?"
-내가 봤던 사람 중에 너가 제일 뛰어나!
"트레이너라니...난 그냥 산채.."
-너가 누구냐고 동네 사람들이 많이 물어봐서 내가 잘 설명을 했지!
"뭐라고???"

 

그런 식으로 Lisa가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를하는데ㅋㅋ 나중에 알고보니 동네사람들이 Lisa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저 친구가 누군지 Lisa에게 물어봤고 Lisa가 동네방네 내가 아주 훌륭한 개조련사라고 소문을 내놨던 것이었다. 나는 그냥 강아지들 데리고 산책만 다녔는데ㅋㅋㅋㅋㅋ

 

렇게 나는 개 조련사이자 도그 워커(Dog walker)로 동네에 이름이 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개를 4마리까지 데리고 산책을 하게 된다🦶

날 쳐다보던 사람들의 시선

 


 

근데 사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다. 처음으로 개를 데리고 산책으로 다녀본게 저 때였는데 Lisa도 만족하며 좋아했으니 나로서도 다행인 셈이었다. 그 덕에 숙소 값을 꽤 많이 절약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그 대만인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예상 못했던 기연

 

내가 의도해서 작정하고 이 친구와 잘 지냈었다면 기연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일이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잘 지냈더니 이런 재밌는 일도 겪을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누구에게나 요건 없는 나다움을 보여야 됨을 느끼고 배운다. 남녀노소,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고 자신있게 진실함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세상에 숨겨진 기연들이 비로소 내게 베일을 벗고 나타남을 또 깨닫는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조작되고 만들어진 모습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처럼 오랜 시간 벼려진 목직한 진실함이 그 무엇보다 우선된다는 것도, 지금 오늘 날에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래야만이 내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고, 자기 전에 이불 한 번 덜 차고 편안하게 잘 수 있다.

 

물론 이 이후에도 흑역사라고 생각하는 일들은 무수히 많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도 망치질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날카롭게. 따듯한 사람은 못 될지언정, 비열하고 저열한, 뱀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이 때의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대만인 친구가 내게 추억을 남겨줬다. 

 


 

앞 전까지의 이야기가 데이타임의 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가 미드 타임의 일을 하게 된 이야기였다. 

 

다음은 내가 나이트 타임 일을 하게 된 이야기다.

 

-To be continued-

 


 

-블로그 소개(공지) & SNS-

2021.11.07 - [Do호] - About me - 왜냐면

 

-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The wandering Earth - Google 내 지도

Where is Atlantis?

www.google.com

 

-Season 2 홀리데이 워(Holiday war) 프롤로그-

 

그 해 여름이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Australia, Season 2 prologue

인도를 다녀왔다. 2011년 여름이었다. 나는 태양에 새까매진 채로 학교로 다시 복학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씩 턱이 빠져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주기가 길어졌다. 통증도 점점

dding-lif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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