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처음 도착해 어영부영 자고 일어난 날, 내 턱이 벌어지지 않는 신세계를 겪었다. 아니 그 수준을 떠나서, 턱을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찾아오는 격통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통증의 위치는 턱이었으나, 그 정도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수준의 통증이었다. 아니 이거, 처음 해외여행에, 첫날 밤을 그렇게 보냈는데, 이렇게 턱이 이상해진다니 믿을 수 없었다. 이건 거짓일거야라는 생각도 한 순간, 현실을 받아들이는건 금방이었다. 병원을 가려고 해도 부족한 영어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엄두도 안 났다. 게다가 전혀 모르는 인도의 시스템...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 일단 나가자!", 방 안에만 있을 수 없으니 일단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서게 됐다.(당시는 너무 힘들어서 사진도 제대로 찍고 다니지 못 했었다.)
인도는 주로 여행 루트를 크게 네 갈래로 나눈다. 북부의 산악 지방, 남부의 해안지방, 동부의 정글지방, 중부의 유명 여행소들로 말이다. 그 중에서도 내 첫 목적지는 북부 지방으로 가는 길의 길목에 위치해 있는 동네, 마날리(Manali)라는 곳이었다. 이유는 별 것 없이, 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론리 플래닛을 뒤져 설명하는 글들을 뒤져보니 북부 지방이 그나마 제일 여유로워 보이고 자연이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이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날리로 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곳을 찾아 나서게 됐다.
그 전에 빠하르간지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 같은 곳을 들르게 됐는데(길가다 우연찮게 들르게 됐다) 그 곳에서 열리지도 않는 턱을 억지로 벌려가며 라씨를 마셨었다. 당시 그 곳에는 나 하나 뿐이었고, 주인 아저씨가 한국어로 통화하는 것을 듣게 됐다. "이 곳은 돈 밭이야 돈 밭! 돈이 널려있어 여기서 장사를해서 돈을 벌 수 있어!"라고 흥분해서 외치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때 테이블인지 벽인지, 어떤 여성 여행자가 남긴 낙서에 인도에 꿈을 안고 여행왔다가 너무 충격받아서 3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걸 보던 턱이 빠져서 통증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설마 나도...?"라는 다소 불안한 감정이 들었었다. 그러곤 금새 생각했지.
"이 여행자처럼 될 순 없다... 일단 마날리로 가는 티켓을 찾으러가자. 이 곳을 탈출해야겠어!"
론리 플래닛에는 마날리로 가는 버스 티켓을 파는 장소는 한 곳 밖에 없고, 그 외에는 전부 가짜라고 적혀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때 그 시절, 종이지도를 보는 내 눈은 사실상 까막눈.... 이 곳이 어딘지, 어디로 가야되는지 파악조차 할 수도 없었다. 아니 그런데, 길을 가는데 그 티켓을 파는 곳의 간판이 왜 이렇게 많은거지....? 세상에, 다니다보니 가짜 판매점이 길거리에 수두룩한 것이었다. 길건너 하나, 좀 걸어가다가 다시 하나, 헤매다가 다시 저 곳에 하나...... 나중에 가짜 판매점을 정리해놓은 글을 보니, 지금 기억에 50개 가량되는 가짜 판매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 것도 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고, 당시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었다. 지도랑 위치가 다른데 저 가게가 왜 저기 있지...?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릭샤를 타고 내리고 그러기를 몇 시간, 이러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지나가던 건실해보이는 청년에게 결국 마날리로 가는 버스티켓을 위해 A에 가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 그 청년은 무뚝뚝하게, 그러나 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다. 그렇게 같이 걸어다가다 어떤 shop에 들어갔는데,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어린애 다루듯 커피까지 타주며 자리에 앉히려고 했다. 몇 분간 그 장면을 바라보던 인도인 청년은 상황을 바라보다 느낌이 왔는지, 나에게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였으나, 내가 뭘 알겠는가..ㅠㅠ 나는 당연히 맞는 곳을 찾아온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그 청년에게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고, 결국 그 청년은 떠나버렸다.(그 청년을 따라나섰어야했는데!!!!)
델리를 빨리 떠나고 싶은 나의 중압감과, 내 턱의 통증이 맞물려 나는 결국 그 곳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물론, 원래 티켓 가격보다 무지하게 비싼 가격에. 얼마나 비싼 가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당시에 "읔 당했다"라는 느낌만 기억날 뿐. 그래도 다행히 완전한 사기꾼들은 아니었어서, 다행히 예정된 시간에 그 가게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어느 정도 양심있는 사기꾼들이었달까?
그러나 내 첫여행의 고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첫 번째 고난은 턱이 빠진것, 그리고 두번째는.....
겨드랑이였다.
-To be continued-
-블로그 소개(공지) & SNS-
-이런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Wander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www.google.com
-이 여행 에세이의 Intro-
2021.09.28 - [왜 여행?(Why journey?)] - 10년이 지나 되돌아본다. 여행이 무슨 의미냐 대체? - Intro
10년이 지나 되돌아본다. 여행이 무슨 의미냐 대체? - Intro
https://www.google.com/maps/d/u/0/edit?mid=1-N1zPQauIsdUi0IcywF9Xt8rpiAKGnni&usp=sharing Walking the earth - Google 내 지도 Places my body&soul have been. www.google.com [다녀왔던 곳] 내가 여기저기..
dding-life.tistory.com
'왜 여행?(Why journey?) > Season 1 : 인도 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셜허브티의 정체(feat.철컹철컹!) - 인도여행 히마찰 프라데시 마날리 India Himachal pradesh Manali, Season 1 (0) | 2021.10.06 |
---|---|
마날리, 그리고 겨드랑이 - 인도여행 히마찰프라데시 마날리 India Himachal pradesh Manali, Season 1 (0) | 2021.10.03 |
델리 도착, 그리고 첫 날부터 겪은 비상사태- 인도여행 델리 India Delhi, Season 1 (0) | 2021.09.30 |
인도를 갈까 말까, 등을 밀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당신 - 인도여행 India, Season 1 (0) | 2021.09.29 |
10년이 지나 되돌아본다. 여행이 무슨 의미냐 대체? - Intro (0) | 202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