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행선지로 갈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되는 임무가 생기게 되었다.
"음. 그치만 이 곳에는 릭샤 말고 택시 같은건 없는데."
머리를 굴리던 나는, 마날리에 여럿 있는 여행사에게 가서 일단 문의해보기로 결정 지었다. 그렇게 해가 뜨고 난 오전부터 내가 발 바쁘게 눈에 처음으로 보이는 아무 여행사로 들어가서 다짜고짜 물어본 것.
"장거리 이동할 수 있는 택시 같은 거 운영해?"
별 수 없어 들어간 나에게 아주 희망찬 대답이 돌아왔다.
"응 있어."
오잉?! 진짜로 그 곳으로 가는 택시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 한 수확이라 쾌재를 불렀는데, 역시나 조건이 있었다. 일단 자동차 한 대로 가는 것인데 자리가 4자리라서, 4명 분의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려면 혼자서도 갈 수 있지만 4명의 파티를 만들어서 간다면 각자 1/n으로 더 저렴하게 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가려면 그 금액을 다 내라는 것이었다. 4인분의 금액을 논외로 치더라도 금액 자체도 아주 비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인도에 온 지 벌써 며칠이 지난 나. 기묘한 직감이 머릿 속을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이 금액이 거짓말일 가능성 90% 정도 될 것 같은걸?'
직감+1
여기도 이렇게 운영한다면 다른 곳도 분명 운영할 가능성이 컸다. 혼자서라도 가려면 최대한 저렴한 금액을 제시하는 곳이 필요했다.
'그래, 오늘 하루 마날리의 모든 여행사 내가 다 뒤진다...!'
그렇게 마날리의 여행사 투어가 시작되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열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1대의 장거리 이동 비용을 묻는 나를 바라보는 여행사 주인들의 눈에는 돈 욕심이 줄줄 늘어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쩜 다 그렇게 비슷하게 비싸디 비싼 가격만 제시하는지... 해도 다 지고 '진짜 이 정도 금액이 정가인건가?'라고 생각할 무렵 들어간 한 여행사. 그리고 여행사 주인이 불러주는 가격.
찾았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었다! 많은 여행사들이 나에게 제시했었던 금액의 10분의 1 정도 되는 금액을 제시하는 곳, 바로 이 곳이었다! 그야말로 드넓은 갯벌 진흙 속에서 진주를 건져올린 느낌이었다.
"이미 가려고 하는 사람이 2명 더 있어."
안타의 짜릿한 희열에 바로 뒤이어 들려오는 홈런이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역시 정의(?)는 살아있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그 여행사에게 내가 남은 두 자리 중의 하나를 타겠다고 이야기하고 홀가분하게 나왔다. 다음 차례로 할 것은 오늘 아침 버스정류소에서 만났던 같은 행선지를 가려고 하는 러시아인 여행자를 찾아가서 남은 한 자리를 권유하고, 저렴한 가격을 더더욱 저렴하게 만들어서 다 같이 함께가는 것이었다. 이 여행자가 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당연히 단칼에 오케이하고 함께 여행사로 가서 4인 이동 파티를 구성했다.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못 갈 이유가 하나도 없구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다. 실제로 이 때의 경험을 시작으로 나중의 여행들에서도 혼자 갈 수 없는 장소를 가고 싶을 때 온 마을 숙소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직접 꼬신 여행자들과 파티를 구성해서 갈 수 있었던 적이 왕왕 있었다.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미약하게 알아가는 나였다. 그 순간에는 몰랐던게 함정.
그 다음 문제는 예상대로 바로 발생했는데, 바로 출발시간이었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새벽 아주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한다는 것. 지금까지는 버스 티켓을 못 구했어도 원래 머물던 숙소로 다시 돌아가면 남은 방이 있어서 머무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빈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인 여행자가 머물던 숙소도 자리가 없다는 말에 망연자실한 나와 러시아인 여행자. 숙소를 찾아야할 지 아니면 야외에서 그냥 탑승시간까지 노닐어야하는지 고민하며 마날리를 배회하던 중, 길거리에서 아주 우연찮게 같이 카페를 갔던 한국인 아저씨와 마주치게 되었다.
근데 내가 잘 몰랐던게 있었는데, 사실 이 분은 한국인 아저씨가 아니었다. 천사였다 천사👼...!
러시아 여행자와 함께 흔쾌히 본인 방에 와서 머물다 시간에 맞춰 가라는 아저...아니 천사님. 안 그래도 야밤의 광견들 때문에 밤이 무서웠던 나는 거듭 감사를 드리며 그렇게 그 분의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모든게 잘 풀렸다. 정류소에서 우연히 만난 행선지가 같은 러시아인과 정직한 여행사 사장, 작은 인연으로 선행을 베푸시는 아저씨... 그래 인생은 아름다워...
이런 클리셰는 재미 없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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