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낚시꾼 A fisherman of Amazon - 오늘의 투쟁 EPISODE 4
오늘의 투쟁(A struggle of today)

아마존의 낚시꾼 A fisherman of Amazon - 오늘의 투쟁 EPISOD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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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냐는 소고기만 먹는거야?"
- 걔네들은 피냄새가 나야 물어.
"그래서 지렁이 같은 미끼는 안 쓰는거구나. 입맛이 고급지네."


해는 늬엿늬엿 느긋하게 오렌지 빛깔 속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아마존 강에서 나는 조악하게 만들어진 대나무 낚시대를 보트 위에서 늘인 채 정신집중을 하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잘 안잡히는거야?"
- 아니 그렇진 않은데... 입질을 좀 잘 해봐봐.


다시 한 번 정신집중...하나...둘...셋...
.
.
.
아 또 소고기 하나 날렸네.

"근데 우리 강에 빠지면 피라냐한테 물어 뜯기는거 아냐?"
- 상처가 있어서 피냄새가 나는게 아니면 수영해도 괜찮아.
"오 그거 신기한걸."


그리고 또 정신집중...으...

"오!"


그게 내 첫 낚시였다.



꿈에서 깬 장소는 강릉이었다.
그 싸구려 대나무 낚시대로도 손맛이 엄청 났는데 제대로 된 낚시대로 낚시를 하면...

"손 맛이 얼마나 좋을까."


바다도시 로컬주민이 된 기념으로 그 혜택을 누려볼까 했건만, 나 같은 낚린이를 위한 서비스나 커뮤니티는 없었다.
초보자를 위한 낚시 인프라가 이 곳에 없다라는게 놀랄 노자.
오픈카톡방의 망망대해에서 드디어 찾아낸 신대륙...아니 낚시 카톡방을 알게될 때까지 며칠 걸렸다.
낚시대도 빌려주고 낚린이도 껴준다니 감사합니다 강릉의 조사님들-

-안녕하세요ㅎㅎ 낚시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안녕하세요~! 네 아마존에서 대나무 낚시대로 딱 한 번 해본 적 있어요."
-???
-장난치러 왔네
-거짓말을 하고 있어ㅡㅡ
"네? 아뇨 진짠데요...ㅜㅜ"


강퇴까지 5분 정도 걸렸을까?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것만 믿나보다.
우리가 외계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심해 깊은 곳 발견되지 않은 생물의 모양새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인식과 상상의 경계선을 넘는 무언가를 만나게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사님?
어떻게 해야 편견과 왜곡 없이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소고기는 없어도 정신집중은 해볼 수 있다네.
하나...둘...셋...

'오!'

믿고 싶은 걸 정해놓지 않으니 경계선을 건너간 나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조사님-
배움을 멈춰 굳어진 가치관과 생각 속에 사는건 아주 끔찍할 것만 같군요.


강퇴로부터 3-4년 쯤 시간이 지나 다시 호기롭게 바다 쭈꾸미 낚시에 도전한 나는 배멀미에 넉다운 당해버리고 만다.
서기 2020년, 내 인생의 두 번째 낚시는 고통을 인내하는 방법론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으로 끝났다.
그래도 쭈꾸미를 넣어 만든 라면은 맛있었으니 됐다.

두 마리 뿐이었지만!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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